러시아군이 시리아를 폭격하기 시작한 지난 9월 시리아 출신 게스트 6명이 러시아의 한 방송국 시사 대담프로그램 스튜디오에 앉았다. 이들은 방송 내내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를 구하고 있다”며 “푸틴은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대통령이다”라는 내용을 되풀이해 말했다. 모두 러시아의 동맹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지지자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로 TV 대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이런 상황을 전하면서 이 덕에 푸틴 대통령이 여론이 악화될 뻔한 위기에서 번번이 빠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시사 대담프로그램은 매우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TNS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인기 시사 대담프로그램 ‘블라디미르 솔로프요프와 함께하는 일요일 저녁’은 TV쇼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상위 10위권일 정도다.
높은 인기로 여론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9월 러시아군의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 대담 프로그램 방영 일주일 만에 해당 사안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14%에서 72%로 58% 포인트 올랐다. 경제위기가 한창일 때도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최고점을 찍었다. 현지에서 ‘TV는 냉장고(먹고사는 실생활)보다 힘이 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WP는 현지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대부분 러시아 국민들은 정치적 이슈에 별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TV에서 말하는 바에 따라 쉽게 여론이 바뀌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러시아 TV대담프로는 크렘린 선전부대… “푸틴, 시리아 구하고 있다” 게스트들 종일 칭송 발언
입력 2015-12-13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