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달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해 단독정부 구성을 확정했다. 군부정권이 막을 내리며 민주화의 초입에 들어선 미얀마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교도 예외는 아니다. 미얀마의 변화가 선교에 미칠 영향에 한국교회가 주목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등이 대중집회를 통해 선교 밀알을 틔운 복음 불모의 땅에서 사역에 힘쓰는 한충열·조영생 선교사를 만나봤다.
2008년 파송 받은 한충열(43) 선교사는 서울 지구촌순복음교회(강동인 목사)와 기아대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조영생(49) 선교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세계선교부 소속으로 2000년 미얀마 땅을 밟았다.
한 선교사는 “미얀마 정권이 NLD에 평화롭게 이양되고 민주주의가 안착한다면 선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2008년 태풍 나르기스 발생 후 미얀마에는 구호작업에 뛰어든 선교단체와 NGO가 대량 유입됐다. 이후 미얀마 정부는 유화적 개방정책을 실시, 이들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교사의 입국은 공식적으로 불법이다.
조 선교사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선교 활동을 할 수 없어 선교사 대부분이 비즈니스 비자로 입국해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화가 진행되면 보다 자유로운 선교 활동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정세변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NLD가 전체의 59% 의석을 차지하게 됐지만 군부의 영향력은 아직 상당하다”며 “군부는 헌법에 의해 선거와 관계없이 상·하원 의석 중 25%와 일부 주요 보직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NLD의 개혁이 지나치게 급진적일 경우 군부가 이를 저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구성은 내년 2월말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군부가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선교의 가장 큰 장애물을 정치적 상황이 아닌 불교로 꼽았다. 한 선교사는 “불교는 단순 종교를 넘어서 미얀마의 사상과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며 “전체 인구의 89.4%가 불교신자인 것이 이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역시 선교의 큰 장애물이다. 조 선교사는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미얀마는 자연스레 기독교(영국 성공회 등)에 대한 반감이 각인돼 있다”며 “이 때문에 현지 문화와 사상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설교와 성경공부 위주의 선교 전략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을 구현하며 기독교 정신이 그들의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는 것이 최고의 선교전략”이라고 꼽았다. 현재 미얀마에는 약 100명의 한국인 선교사가 파송돼 있으며 대부분 교육·지역개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 선교사는 양곤 외곽 삿산 지역에 유치원 2곳을 세우고 마을 운영위원회와 함께 마을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 선교사는 “미얀마 곳곳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노동인력이 줄어든 시골 외곽은 자연스레 황폐화 됐다”며 “이에 학교 및 도로건설 사업을 유치하는 등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역의 결과로 2008년 553명이던 삿산 지역의 인구는 현재 860명으로 늘었고, 노동인구는 215명에서 526명으로 증가했다. 한 선교사는 “예수님과 같이 조건 없이 베풀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미얀마인의 마음을 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 선교사는 양곤 외곽에 고아원 3곳을 세워 70여명의 고아를 돌보고 있다. 교회도 15곳을 세우고 현지인을 목회자로 양성해 맡겼다. 조 선교사는 “단지 고아들에게 밥을 먹이고 재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쳐 대학진학까지 목표를 두고 교육하고 있다”며 “겸손하고 정직하며 사랑을 베풀 줄 아는 크리스천 지도자를 양육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양곤(미얀마)=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미얀마 선교에 변화 바람 … 현지 선교사 인터뷰] “민주화로 자유로운 선교 기대… 타종교가 장애”
입력 2015-12-13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