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교회(손윤탁 목사)와 만리현감리교회(김대현 목사)는 서울역을 가운데 두고 동서로 잇는 서울역 고가 끝에 위치한 백년 전통의 역사교회이다. 이 두 교회는 13일 서울역 고가 차량 통행 폐쇄 및 공원화 사업에 따라 앞으로 ‘오작교’가 되어 한층 가까워진다. ‘염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두 교회의 주일 표정을 담았다.
남대문시장 방향으로 뻗어있는 서울역 고가의 끝 지점에는 남대문교회. 1885년 6월 21일 알렌 선교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예배를 드렸던 곳이다. 서울역 고가는 1970년 8월에 개통했다. 남대문교회는 서울역 고가 개통부터 그 옆을 지켰다.
13일 남대문교회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니 ‘서울역 고가 폐쇄(12월 13일부터)’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큼직하다. 차량은 이날 0시부터 전면 통행금지 됐다. 그러나 교회는 평소 주일과 다름없는 차분한 예배가 올려졌다. 고가 폐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는 드물었다. 손윤탁 목사 역시 설교에서 고가 폐쇄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교인은 이렇게 얘기했다. “고가가 폐쇄되는 것에 대해 교인들이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러나 각자 맘속엔 물론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겠죠.”
‘우려’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에 관한 것이었다. 고가가 폐쇄되면 지역 간 차량 통행이 단절돼 지역상권이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출석 하는 시내 상인 교인이 적잖다.
동시에 고가가 공원이 되면 남대문교회가 좀 더 많은 시민에게 노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공원이 개장되면 고가에서 남대문교회로 바로 걸어갈 수 있는 보행로가 생긴다. 이 보행로는 남산공원으로도 이어진다.
남대문교회는 메트로타워와 서울스퀘어빌딩 사이에 뾰족한 첨탑이 솟아있는 고풍스런 석조건물로 지어졌다. 왕보현 남대문교회 장로는 “교회가 빌딩 숲에 가려져 있다 보니 운전하면서 지나가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공원이 되면 산책하는 시민이 쉽게 교회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교회가 세상에 나와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의 반대쪽 방향 끝에는 또 다른 교회가 있다. 남대문교회에서 서쪽 공덕오거리 방향으로 고가 길을 걷다보면 1911년 설립된 만리현감리교회가 나온다. 이 교회는 당시 서울 정동교회를 다니던 김덕순 김신도 등의 교인이 4칸 초가를 매입해 기도처로 삼은 것이 출발이었다. 초대 목회자가 이필주(1869∼1942·독립운동가) 목사이다.
만리현교회 홈페이지에는 서울역 고가 공모전에 네덜란드 건축·조경전문가의 기획안이 당선됐다는 글이 올라와 있을 정도로 서울역 고가 공원 조성화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고가가 폐쇄되면 멀리서 오는 교인이 불편을 겪지 않을까 우려했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임인경 만리현감리교회 장로는 “교회에 올 때 항상 서울역 고가를 이용했는데 차량이 통제되면서 평소보다 6∼7분 더 걸렸다”며 “수요예배나 금요철야기도회 때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서울역 고가가 공원화되면 그 주변에 있는 우리나라 첫 근대식 병원 터 세브란스빌딩(옛 제중원) 등 기독교 유적 답사가 한결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 고가 공원은 2017년 3월 개장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서울역 고가 걸어 오가면… ‘100년 전통’ 두 교회 잇는 오작교 될까
입력 2015-12-13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