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주요사업 예산 놓고 갈등 심화

입력 2015-12-13 21:49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과정에서 주요 사업 예산을 삭감하거나 관련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아 시 집행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의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속한 새정치민주연합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지만 사업별로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갈등이 표면화된 데는 그동안 박 시장과 시의회간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 등 박 시장의 핵심사업 예산이 삭감되거나 주요 사업을 위한 조례 개정안 처리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박 시장은 야심차게 내놓은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과 관련, 내년 자치구 조정교부금율 인상을 통해 재정지원 2897억원을 확대하려 했으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자치구 재원조정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전 자치구 재정수요 충족률 100% 달성은 시가 꼽은 내년 예산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박 시장이 중앙정부의 제동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겠다고 한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 지급 사업의 근거가 되는 청년 조례 개정안은 상임위 회의 마지막 날에야 겨우 통과됐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예산이 당초 232억원에서 50억원 줄어든 것을 비롯해 인생이모작센터와 베이비붐(50+) 캠퍼스 확충, 메르스 관련 감염병관리사업지원단 운영, 제2시민청 조성, 도시브랜드(I·SEOUL·U) 마케팅 등 주요 사업 예산이 삭감됐다.

시는 일부 의원들이 서울시 주요 사업을 줄이고 마을축제 등 1억∼2억원 단위의 지역 예산을 밀어넣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문화본부의 경우 정명훈 예술감독이 재계약 조건으로 제시한 서울시향 콘서트홀 건립 등 예산은 대폭 삭감되고 지역 사찰 보수와 작은 음악회, 도서관 건립 사업 예산이 끼워넣기로 들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자치구나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던 지역 축제 예산을 시와 협의도 없이 시비로 부담하게 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시 행정부가 시의회에 주요 정책과 사업내용을 사전에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새정치연합 소속 시의원 사이에서도 자치구 조정교부금 확대에 이어 청년수당 등 굵직한 사업이 의회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발표됐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조웅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자치구 조정교부금 인상은 시의회에서 추진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난해 갑자기 박 시장이 발표한 사안”이라면서 “조례 개정을 위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