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후협정 채택] 교토 의정서보다 진일보… ‘선진·개도국 모두 책임’ 합의

입력 2015-12-13 21:21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린 프랑스 파리 근교 르부아제 전시장에서 12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파리 기후협정 채택을 최종 선언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채택한 파리 기후협정(파리 협정)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의 ‘반쪽짜리’ 교토 의정서와 달리 196개 당사국(유럽연합 포함) 모두가 지켜야 하는 첫 전 세계적 기후 합의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합의문이 통과된 12일(현지시간)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구가) 생명줄을 얻었다”면서 “파리 협정이 전 세계를 청정에너지 전환 체제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리 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작게, 1.5도로 하도록 제한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기후변화 취약 국가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도가량 오른 상태다.

한국을 비롯한 187개국은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제한하기 위해 이번 총회를 앞두고 2025년 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 그 목표를 유엔에 전달했다. 유엔은 2023년부터 5년마다 당사국이 감축 약속을 지키는지 검토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검증하는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 시스템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번 협정은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점진적으로 줄여 온실가스 배출과 자연이 이를 흡수하는 속도가 균형을 맞추는 ‘탄소 중립’ 상태를 만든다는 데 목표가 있다. 존 셸른후버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장은 “파리 협정은 수십년 내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 제로(net zero)’로 만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전의 기후협약 회의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과 인도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표적인 개도국들은 이번에도 감축 이행을 반대했으나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국 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개 개도국 모임인 ‘LMDC’의 구르디알 싱 니자르 대변인은 “개도국들의 이해가 고려된 균형 잡힌 합의”라고 평가했다.

개도국들도 노력에 동참하는 대신 미국 등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는 데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원)를 지원하고 수몰위기의 섬나라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나 보상 의무는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 유럽은 기후변화 적응 과정에서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는 데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선으로 봤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파리 협정이 세계의 에너지 시장과 경제 리더들에게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유럽 120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구성된 기후변화를 위한 기관투자가 그룹(IIGCC)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높은 비율의 탄소 자본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고민하고 저탄소 전환과 관련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데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성명을 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