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2% “내년 긴축경영” 금융위기 이후 최고… 한국경영자총협회, 235개사 조사
입력 2015-12-13 19:35
내년에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기업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업 CEO 10명 중 7명은 현재의 경기 상태를 ‘장기형 불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대·중소기업 235개사를 대상으로 ‘2016년 최고경영자(CEO) 경제전망 조사’를 실시한결과 내년도 경영 계획이 ‘긴축경영’이라고 한 응답자가 52.3%에 달했다고 13일 밝혔다. 긴축경영이라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14.3% 포인트 늘었다. 특히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15.3% 포인트 늘어난 66.7%가 긴축경영 입장을 밝혔다.
응답자의 75.7%는 현재 우리나라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이라고 평가했다. ‘멀지 않은 시점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15.3%에 불과했다. 특히 설문조사에 응한 CEO 40.8%는 ‘국내 경기가 상당 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 회복할 것이라는 응답은 15.9%에 그쳤고 2017년, 2018년 이후 경기가 회복된다는 응답자도 각각 21.9%, 21.5%였다. CEO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평균 2.7%로 전망했다.
내년도 투자·채용계획은 올해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투자계획이 ‘올해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는 기업은 전체적으로 42.3%였지만 대기업은 ‘소폭 축소’(41.2%)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채용계획은 전체적으로 48.7%가 ‘올해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지만 대기업은 ‘소폭 축소’(36.8%)가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은 ‘올해 수준’일 것이라는 곳이 56.1%였다.
긴축경영을 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42.4%가 ‘원가절감’을 내세웠다. ‘인력부문 경영 합리화’(24.7%)를 시행할 계획인 기업은 세부 방안으로 ‘조직개편’(46.3%), ‘인원감축’(19.5%), ‘직무전환’(17.1%), ‘임금조정’(9.8%), ‘명예퇴직(희망퇴직)’(7.3%)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신규투자 축소’(17.7%), ‘유동성 확보’(10.1%), ‘생산규모 축소’(5.1%) 등이 긴축경영의 방안으로 꼽혔다.
내년 기업 경영의 애로요인으로는 ‘대외경제 침체·불확실성’(38.9%)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경제적 요인으로는 ‘국내 경기(내수) 침체’(37.3%), 정치·사회적 요인으로는 ‘정치권의 정쟁’(32.2%)이 각각 1순위로 꼽혔다. 기업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적극적 규제 완화’(31.5%),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23.7%) 등을 제시했다.
경총 임영태 경제조사1팀장은 “‘G2 리스크’라 불리는 미국 금리 인상, 중국경기 둔화 때문에 기업들이 체감하는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수출제조업 비율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대외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