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자”… ‘중재 전당대회’ 카드 꺼낸 美공화당
입력 2015-12-13 19:53 수정 2015-12-13 21:41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원치 않는 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중재 전당대회’를 검토하자 신경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가 탈당을 시사하는 등 공화당이 내분에 휩싸였다.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1차 투표에서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후보별 합종연횡이 가능한데, 당 지도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트럼프나 카슨 같은 아웃사이더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카슨 후보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가 유권자들의 뜻에 반하는 계획을 꾸민다면 당을 떠나는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만은 아닐 것”이라며 자신의 탈당을 시사했다. 그는 “(중재 전당대회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틀리기를 바란다”면서 “사실이라면 나는 가만히 앉아서 선거 도둑질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카슨 후보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당 후 제3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패에 참여할 생각은 없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당 지도부가 무슨 짓을 하든 힐리러 클린턴이 당선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탈당을 하더라도) 공화당 후보에 맞서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중재 전당대회가 열리면) 나의 승리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끼리 뭉칠 텐데 그들은 서로를 잘 알지만 나는 그들을 잘 모른다”면서 “나에게는 매우 불리하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그는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중재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그동안 당으로부터 공정하게 대우받지 않으면 탈당해서 제3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중재 전당대회 준비 움직임이 구체화될 경우 탈당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공화당 지도부는 ‘무슬림 입국 전면 금지’ 등 잇단 막말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받았는데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꺾이지 않자 당내 유력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열린 만찬에서 중재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안을 논의했다. 만찬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은 중재 전당대회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당내 주류가 대체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라인스 프리버스 전국위원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대화가 오가는 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만찬이 끝날 무렵 중재 전당대회 준비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2월 1일로 다가온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는 테드 크루즈가 트럼프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크루즈는 아이오와의 공화당 유권자 중 31%의 지지율을 얻어 21%에 그친 트럼프를 10%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크루즈는 10월 중순에 실시된 조사 때보다 무려 21% 포인트 뛰어올랐다. 크루즈는 몬무스대학이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24%의 지지율을 기록해 트럼프(19%)를 꺾고 처음 1위로 올라섰다.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존 포데스타 선거대책본부장은 “크루즈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