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창간 40주년] 독재·인권탄압 시대 뚫고 ‘문학과지성’ 초심 지켜내

입력 2015-12-13 19:15 수정 2015-12-13 21:37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시인 문충성·김광규, 문학평론사 김주연, 열화당 대표 이기웅, 단국대 석좌교수 김학준,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 김병익, 시인 황동규, 문학평론가 권오룡, 소설가 이인성, 문학평론가 오생근, 시인 정현종·이태수·김형영, 문학평론가 정과리·홍정선. 문학과지성사 제공
계간지 ‘문학과지성’은 ‘창작과비평’과 함께 독재와 인권탄압으로 요약되던 1970년대에 사회적 담론을 생산한 쌍두마차였다. 1970년 문학평론가 김현·김병익·김치수·김주연이 만든 이 잡지는 창간 10주년 기념호를 끝내 내지 못했다. 1980년 신군부 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되면서 준비하던 잡지 발행이 중단됐던 것이다. 겨우 50부를 가제본해 편집자들이 나눠 가졌을 뿐이다.

그 중간인 1975년 생겨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는 지난 12일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문지는 이를 기념해 창간 10주년 기념호 복각본(위 표지)을 냈다고 13일 밝혔다. 잡지가 기획된 지 35년 만에 시장에 나온 셈이다.

‘창간 10주년 기념호를 내면서’라는 글에서는 “당초 ‘80년대의 이념적 지향’이라는 특집을 싣기로 했으나 보류되었다”면서 “그렇더라도 창간 당시의 희망까지 보류하는 것은 아니다”고 적고 있다. 강제 폐간 전의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문지 동인으로 참여했던 김병익·김주연·정과리·우찬제·김치수 등 문학비평가 11명으로부터 비평 글을 한 편씩 받아 ‘한국문학의 가능성’(아래)이라는 책을 엮었다. 책 제목은 고(故) 김현이 1970년 창간 당시 쓴 글에서 땄다. 문지 주일우 대표는 “계간 문학과지성(1988년 복간 후 문학과사회로 제호 변경)이 45년간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는 출판사 창간 40주년 행사 ‘회고와 전망’이 열렸다. 문지의 창간 당시 대표이자 상임고문인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문지는 국내 유일하게 동인 체제로 이어져온 계간지”라면서 “크게 돈을 벌면 동인 체제는 깨지게 된다. 문지는 돈을 출판에 재투자할 정도만 벌자는 뜻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선 5세대 편집 동인도 발표했다. 강동호·금정연·김신식·이경진·조연정·조효원 등 모두 30대로 채워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문학평론가뿐 아니라 서평가(금정연),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자(김신식) 등이 포함됐다. 문학이 외면받은 시대여서 문화 전반으로 외연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