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사실상 분당(分黨)의 길로 접어든 제1야당에 수도권 참패(慘敗)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야권연대의 첫 발을 내딛었던 4년 전과 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여당과의 총선 룰 협상에서 야권연대 단초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자멸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결과 서울 총 48개 지역구에서 새정치연합의 전신격인 민주통합당은 30석, 통합진보당은 2석을 차지했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야당의 ‘서울 압승’은 야권연대 효과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2011년 12월 친노(친노무현) 그룹 등과 합쳐 민주통합당을 탄생시켰다. 이후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일부가 합쳐진 통합진보당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총선에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다. 실제 후보 단일화의 효과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가 승리한 서울 32개 지역구 중에서 2위와 표차가 10% 포인트 이상인 지역은 8곳에 불과했다. 특히 1, 2위 표차가 5% 포인트 미만으로 야권 후보가 분열됐다면 당선자가 바뀔 가능성이 컸던 지역이 7곳이나 됐다. 성동을과 중랑을의 경우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후보의 표차가 각각 412표, 854표에 불과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압승이 예상됐던 서대문을 지역에서도 야당 후보에게 겨우 625표 차로 이길 정도로 수도권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영향은 컸다”고 말했다.
야권 분열 개연성이 커지자 총선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의 새정치연합 의원과 후보자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들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되면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야권의 위기의식으로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협상도 더 불투명해졌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축소되더라도 사표 방지 등을 위해 지역구 득표율에 비례대표 의석이 연동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 야권 후보 단일화, 즉 정의당과 이른바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수도권 접전지에서 야권 단일 후보 협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안과 농어촌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구 7석을 늘린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안을 각각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 의원들의 선택을 받자고 제안한 상태다. 예비후보 등록일인 15일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기준만이라도 마련하자고 지난 12일 여야 지도부가 회동했지만 타협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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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3 21:51 수정 2015-12-13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