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스타 아델의 새 앨범 ‘25’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을 수 없다. 아델은 디지털 판매는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다운로드만 가능하도록 했다. 스트리밍이 막히자 팬들은 다운로드 대신 앨범을 직접 사기 시작했다. 발매 3주 만에 미국에서만 500만장 이상 팔렸다. 영국에서는 일주일 만에 80만장이 나갔다. CD 전성시대였던 1997년 록그룹 오아시스의 ‘비 히어 나우(Be Here Now)’가 세운 79만6000장 판매 기록을 깼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새 앨범을 홈쇼핑에서 팔았다. 지난 11일 CJ오쇼핑에서 ‘음반, 동화책, 엽서, 직접 재배한 귤 1㎏’(2만9900원)을 1000개 한정 판매했고 9분25초 만에 매진됐다. 독특한 이벤트가 대성공을 거두며 루시드폴의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팬들 사이에서 “앨범을 꼭 사서 듣고 싶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음반을 10만장만 팔아도 ‘대박’이 났다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대다. 고심 끝에 앨범 하나를 사서 수십 번, 수백 번을 돌려 듣는 일은 옛 이야기가 됐다. 음반은 음원으로 쪼개져 쉽게 소비되고 금세 잊혀진다. 음원이 뜨면 음반이 조금 더 팔리는 정도다. 아델은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고, 루시드폴은 독특한 마케팅 기법으로 대중에 자신의 앨범을 각인시켰다.
이들이 음원 대신 음반을 앞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루시드폴 소속사 안테나뮤직은 13일 “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지만 농사꾼처럼 앨범을 일궈가는 뮤지션도 있다. 루시드폴은 앨범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뮤지션”이라고 말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의 가치를 ‘사실상 공짜’로 전락시켰다. 국내에서 스트리밍으로 유통되는 음악 한 곡당 가격은 7.2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월정액 상품의 경우 3.6원이다. 저작권자에게는 10%가 떨어질 뿐이다(이외 유통사 40%, 제작자 44%, 실연자 6%씩 배분). 월정액 상품으로 음원 한 곡을 들으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곡당 고작 0.36원이다.
아델은 앨범이 나오면 창작자가 아닌 음원 유통사가 거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이번 앨범을 스트리밍 업체에 제공하지 않았다. 디지털 구매는 다운로드로만 가능하다. 국내 다운로드 비용은 곡당 600원이다.
아델 신보에 실린 곡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된 음원 ‘헬로(Hello)’를 제외하면 10곡이다. 팬들은 “다운로드로 6000원을 쓰느니 앨범을 사는 게 낫다”며 앨범 구매에 나섰다. 수입사인 강앤뮤직은 “주문량이 많은데 물량은 부족해서 앨범 발매 시기가 당초보다 일주일 늦춰졌을 정도”라고 밝혔다.
음원의 시대에 직면한 문제는 불합리한 저작권료 책정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앨범에 담긴 완성된 이야기는 음원을 쪼개 듣는 것으로는 느끼기 힘들다. 뮤지션이 앨범이 담아낸 흐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앨범에 담으려는 음원을 1∼2곡씩 다달이 공개하는 경우도 생겼다. 빅뱅은 지난 5월부터 2곡씩 음원을 발표했고 이 음원들을 묶어 새 앨범을 낼 예정이다. 밴드 못(mot)도 8년 만에 컴백하면서 매달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못은 “저희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 음악”이라며 매달 신곡을 공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앨범 권하는 뮤지션… ‘이유 있는 반란’
입력 2015-12-13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