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 제조업도 창조적 변화에 뛰어들었다. 2011년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가 창조적인 제조업 진화 전략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제시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인더스트리 4.0은 흔히 독일판 창조경제 전략으로 불린다.
독일인들이 제4의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인더스트리 4.0은 2000년대 이후 제조업 비중이 하락하고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입됐다. 고령화 사회가 된 독일은 높은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노동생산성이 큰 제조업의 효율을 한층 더 높여야 했다. 여기에다 탈핵 정책이 독일 정치권의 이슈가 되면서 에너지 정책 전환도 동시에 이뤄야 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첨단 제조업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일본도 산업재흥플랜을 수립하는 등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 확산되면서 경쟁이 더 심화됐다.
위기를 느낀 독일은 차세대 기술인 사물인터넷, 사이버물리시스템, 스마트팩토리 등을 국가 차원의 기술표준 개발 사업으로 집중 지원하면서 지멘스 보쉬 BMW 등 대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경제 개혁 프로그램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전개해나갔다.
초기에는 익숙한 공장 지능화, 로봇 생산의 첨단화 등 기존 생산 방식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던 전략은 최근 들어 3차원 프린팅, 가상현실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춰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BMW는 신차 출시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부품을 3D프린팅 기술로 생산하는가 하면, 보쉬는 자동차 엔진 부품에 무선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수십만 가지 자동차 사양에 맞는 제품을 실시간으로 찍어낸다. 공장 설계 단계에서 가상·증강 현실 기술을 적용해 레이아웃부터 생산 시뮬레이션, 공장 점검까지 미리 해보도록 만들고, 모바일 기기로 손쉽게 생산 현장을 제어한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인더스트리 4.0은 특정 기술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제조업 분야의 시대적 전환을 이르는 용어”라며 “제조업 경쟁력 5위, 정보기술 발전지수 1위인 한국도 두 분야의 성공적인 융합으로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독일 시리즈 Ⅱ] BMW 부품, 3D프린팅으로 생산… 제조업도 창조적 진화
입력 2015-12-13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