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다 함께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한 역사적 첫걸음을 뗐다. 1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폐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195개 협약 당사국은 총회 본회의에서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 수립을 위한 최종 합의문인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당사국들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 제한키로 하고, 이를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 감축 의무를 지웠다.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한다. 이로써 당사국 모두가 국내법보다 우선 적용해야 하는 법적 구속력을 지닌 ‘신 기후변화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파리 COP의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회의가 성공했다고 해서 기후변화의 재앙을 피하는 데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파리협정은 기후변화에 대한 범세계적 대응의 시작에 불과하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은 당사국들이 스스로 결정해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기여방안(INDC)’에 따른다. 이 자발적 감축목표 자체는 구속력이 없다. 그렇지만 당사국들은 5년마다 한 번씩 자국의 감축 목표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데 종전 목표에 비해 후퇴할 수 없다. 즉 5년 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축안을 내놔야 한다. 아울러 INDC에 대해 5년마다 ‘이행점검’을 수행한다. 감축 목표를 놓고 어영부영했다가는 세계 각국의 질책과 국제 여론의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에서 낙제생 취급을 받았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아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경우(BAU)’ 대비 방식을 택했다. 선진국들에는 과거시점 대비 언제까지 얼마를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방식이 의무화돼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각국의 역량에 따른 감축 방식을 택하도록 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BAU 대비 37% 삭감 목표가 1990년 배출치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 등이 총회기간 중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를 보면 한국은 58개국 중 최하위권인 54위에 머물렀다. 핵심은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인데도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에만 강조점을 두고 있다. 강력한 전력 수요 관리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우선이다.
[사설] ‘파리협정’은 재앙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첫걸음
입력 2015-12-13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