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 수출 고전했지만 中企는 선방… 무역 체질 탄탄해지나

입력 2015-12-14 04:06

올해 한국 무역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2011년 이후 5년 만에 1조 달러 달성이 어려워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년도 무역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내년도 한국 수출 증가율(1.8%)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내년 세계 교역 신장률(4.1%)을 한참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무역업계 일각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 무역의 질적 수준은 오히려 향상됐다는 긍정적 의견도 내놓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벤처기업 수출시장에서 약진=한국 무역은 대기업 위주의 무역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수출을 주도해 왔던 자동차와 전자, 철강 등 제조업 분야의 수출이 어려움을 겪자 당장 전체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그러나 올해 한국 무역은 중소·중견 기업과 벤처기업이 비교적 선전하며 대기업 위주의 수출구조에서 조금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무역협회 등이 추정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비중은 지난해 33.8%에서 37.7%로 확대됐다.

이 기간 전년 대비 수출증가율도 대기업은 -10.9%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1.6%로 비교적 선방했다. 벤처기업은 전년 대비 수출이 3.5% 늘면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2.0%에서 3.0%로 상승했다.

◇수출품목 다변화로 수출체질 개선=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의 수출 선전은 ‘수출 품목 다변화를 통한 수출 기초체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무역협회가 집계한 올해(1∼10월) 주력 5대 품목의 수출비중은 지난해 23.9%에서 올해 22.3%로, 20대 품목 수출비중은 46.2%에서 45.5%로 하락하며 주요 제품 의존도가 다소 완화됐다.

반면 화장품, 식료품, 의료용기기 등이 수출 유망품목으로 급부상했다. 화장품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무려 58.2%에 달했고, 의료용기기와 가공식품은 각각 9.5%, 1.9% 늘었다. ‘B2C 수출’(역직구)도 해외수요 증가 및 통관 간소화에 힘입어 올해 1∼8월 전년 동기 대비 283.5%나 늘어나며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수출판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역협회와 코트라 등 수출 관련 지원단체들도 신흥 유망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혁신기업의 상품수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수출 중소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강소기업 키워야=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해외시장 개척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국내 주요 기관이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180사(社)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경쟁기업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신제품·기술적 우위와 같은 차별화 전략’(38.7%)과 ‘해외진출 등 글로벌 지향적 사업전략’(28.8%)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