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1812∼1870)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 전야에 울려 퍼지는 캐럴이 못마땅하다.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에 무슨 덕을 봤다고!’라면서. 그는 이웃돕기 성금 모금자를 내쫓으며 소리친다. “죽는다면 죽으라지. 과잉인구도 줄어들고.” 디킨스가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주장을 비꼬는 대목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19세기 전반.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빈부격차가 극대화됐다. 당시 영국에서는 ‘인구 증가가 빈곤의 원인이다.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복지 예산을 축소하자’는 맬서스의 주장이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스크루지는 시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몰인정을 반성하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된다. 디킨스가 영국인에게 들려주고 싶던 캐럴은 ‘빈자를 위한 분배’였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3년 성탄절을 코앞에 둔 12월 19일 발표됐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국내 기독교계 인사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캐럴’ 실화가 있다. 1979년 봄 한국크리스찬아카데미(현 대화문화아카데미) 간사였던 한명숙 이우재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유신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그해 성탄전야. 민주화운동 동지들이 구치소 뒷산에 올랐다.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른 뒤 캐럴을 불렀다. 그 캐럴은 ‘억압 없는 민주’였다. ‘동지애’였다. 한명숙은 2010년 자서전에서 ‘동지들은 예수님의 은총이 나와, 동지와, 이 나라와, 억압받는 모든 이들에게 내리기를 기도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불행하게도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같은 곳에 수감됐다. 불행한 일이다.
누군가 다시 그에게 캐럴을 불러주진 않을 것 같다. 예수는 2000여년 전 낮은 자들을 위해 이 땅에 왔다. 캐럴은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노래다. 예수와 이 세상의 낮은 자들이 캐럴의 주인이다. “인자가 온 것은 자기 목숨을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마 20:28) 여기저기에서 캐럴이 들린다. 올해 대한민국 서울의 캐럴 주인은 누구일까.
강주화 차장 rula@kmib.co.kr
[한마당-강주화] 크리스마스 캐럴
입력 2015-12-13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