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주도에서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모처럼 다양한 분야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던 분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마침 과거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지자체로서의 제주도 관계자들도 참석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북 인도적 사업은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연결 창구로 유지돼 왔으나 나머지 민간 교류협력은 통일부의 지난 5·1조치로 겨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 사업은 이제 겨우 재개할 채비를 차리는 단계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해소되고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려는 시점에 몇 가지 시급히 점검하고 보완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남북 간의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을 잘 알고 그들과 대화, 협상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30, 40대 실무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과정에서 이 전문가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 대부분 영세한 민간단체나 지자체의 경우 업무가 중단된 상태에서 실무진을 유지하거나 관리할 필요성,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을 담당하던 책임자급 안사들만이 남아 부서나 과제의 명목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이나 이분들도 이미 정년에 가까워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남북관계는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다.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도, 그리고 가장 성공적인 남북 교류협력 사업인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제도적 미비점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제도가 완비되지 못하면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거나 미래가 예측 가능하지 못해 결국 현장 실무자들의 판단과 역량이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는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이 시기에 남북관계를 밑으로부터 추동하고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일선에서 활동할 인재를 육성하고 실전에 배치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교류협력 사업이 중단되면서 뿔뿔이 흩어진 실무자들이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영세한 민간단체, 지자체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활용해 과거 활발한 대북 사업에 참여했던 단체나 기관부터 실무 요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지난 10년간 공백 시기에 북한도 많이 변했다. 최근 김정은정권 하에서 북한은 핵 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하고 장마당 활성화 등에 따라 경제 사회적으로 많이 변했다. 겉모양의 변화만이 아니고 인민들이나 간부 엘리트들의 인식,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재개되고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활성화될 경우 관련 실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과 정보 제공 등 교육이 절실하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재정 지원과 함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남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 사업에서 지자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현행법으로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제약이 많다.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나 중앙과 지방의 관련 실무 차원에서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담당 실무자들 간 유기적인 소통체계가 구성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히 설치돼 즉시 가동에 들어가야 할 때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포커스-유호열] 남북협력 실무진 확보 시급하다
입력 2015-12-13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