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치료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체중 조절·혈압 감소 효과는 필수

입력 2015-12-14 19:34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가 당뇨병이 생기는 원리와 각종 당뇨 치료제가 어디에 작용해 혈당 조절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당뇨 치료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미약품이 사노피 아벤티스에게서 계약금 4억 유로(약 5000억원)를 받고 ‘랩스커버리’ 기반 당뇨 신약 수출에 성공한 이후 신제품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당뇨병은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기에 치료제 복용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당뇨 치료제 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당뇨 치료의 기본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다. 하지만 식이와 운동만으로 원하는 수준까지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구용(먹는)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 같은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당뇨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다. 주사제와 경구용 약이다. 의사들이 요즘 가장 많이 처방하는 경구용 당뇨 치료제는 DPP4 억제제다. 2009년 한국MSD가 ‘자누비아’로 첫선을 보였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1950년대 ‘설포닐우레아’ 계열 약물이 처음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설포닐우레아는 췌장을 직접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혈중 인슐린이 부족하지만 췌장세포에 인슐린 분비기능이 남은 경우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미 인슐린 분비 기능을 잃은 경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또 체내 혈당 수치와 상관없이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혈당이 지나치게 많이 떨어지는 저혈당증 및 체중 증가라는 복병을 만나기 쉽다.

이를 개선한 것이 ‘메트포르민’ 등 ‘비구아나이드’ 계열 약물이다. 이 약은 췌장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 근육과 지방조직 같은 말초조직에서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킨다. 따라서 저혈당 위험이 없고 체중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복부팽만감, 구역, 설사 등 소화기 장애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게 흠이다.

이어 등장한 것이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등 TZD(치아졸리딘디온) 계열이다. 메트포르민과 같이 근육과 지방 세포가 인슐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도와 혈당을 떨어트리는 약이다. 그러나 몸이 붓는 부종이나 체중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게 단점이다. 결국 2000년대 후반 심혈관계 부작용 문제로 아반디아는 시장에서 퇴출됐고 그 자리를 DPP-4 억제제가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종전 당뇨병 치료제가 체내 혈당 수치와 상관없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거나 감수성을 높이는 방식이었다면 DPP-4 억제제는 체내 혈당 수치에 따라 인슐린 분비 수준을 조절한다. 혈당이 높은 상태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저혈당증과 체중 증가 등 부작용도 적다.

현재 자누비아 외에도 가브스(한국노바티스), 온글라이자(한국아스트라제네카), 트라젠타(한국베링거인겔하임), 제미글로(LG생명과학), 네시나(한국다케다)가 경쟁하고 있다. 최근 JW중외제약, 한독, 동아ST도 각각 ‘가드렛’ ‘테넬리아’ ‘슈가논’을 앞세워 가세했다.

최근 새로 주목을 받는 약물은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등 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 치료제다. 이 약은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고 남은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혈당을 낮춘다. 하루에 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의 양은 약 70g이다. 열량으로 환산해도 약 280㎉에 이른다. 그래서 혈당 강하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과 혈압 감소 효과를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국내 당뇨병 환자의 74.7%가 비만이거나 과체중 상태이고, 54.6%는 고혈압까지 동반하고 있다”며 “혈당조절 외에 체중과 혈압 감소 효과가 있는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한동안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