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미증유의 위기라면 전 세계 미증유의 위기 아닌 나라가 어디 있나.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다면 올해 한국경제는 4% 가깝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2의 외환위기 사태’를 우려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었다. 하지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 상당수 연구소와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저성장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최 부총리와 경제 전문가지식인들이 한국의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온도차는 그만큼 컸다. 그 차이만큼 여의도 복귀를 앞둔 최노믹스(Choi+Economics)의 경제 정책에 대한 공과(功過) 평가도 엇갈렸다.
◇시작은 좋았는데=최경환호(號)의 시작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최 부총리 정책 중 뚜렷하게 경기의 온기를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 분야다.
지난해 6월 부총리로 내정됐을 당시 “한겨울에 여름 옷 입고 있으면 감기 걸려 죽지 않겠나”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의 뜻을 내비쳤고 취임하자마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를 이끌어냈다.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최 부총리 취임 전인 지난해 2분기 24만6125건에 그쳤던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1년 만에 34만743건까지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붕괴 상황이었던 주택 시장을 살려 거시경제의 위험을 관리한 부분은 비교적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월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 기관 모두에게 사상 처음 AA- 등급을 받게 됐다. 임기 막판 내수 군불때기도 어느 정도 약효가 있었다. 최 부총리 주도로 몰아붙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 진작책의 영향으로 3분기 성장률은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막대한 부채 증가는 한국경제 부담으로…부동산 외 실물경기는 낙제점=하지만 그의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부채 총량은 1166조여원으로 올해 내 1200조원 돌파가 유력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1년간 109조5959억원(10.4%)이 늘어나 연간 부채 증가액 100조원 시대를 처음 열었다.
부동산 경기를 제외하고는 실물 분야에서도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은 올 들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기업 체감경기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도 지지부진했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노동시장 개혁에 나선 정부는 ‘9·15 노사정 합의’까지 도출했지만 국회 입법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표류하고 있다.
경제 성적의 지표라 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도 올해 3%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3.3%)보다 0.3% 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성장률 하락은 2012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11일 “너무 경제를 망가뜨리고 3기 경제팀에게 넘겨주게 됐다”면서 “구조개혁은 제대로 끝내지 못했고 경기 부양도 못했다”며 비판했다.
최 부총리가 공이라고 여기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부동산 시장은 투자자가 부자가 된 것처럼 착각하게 해 소비를 늘리게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며 “가진 것은 없는데 가진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에 자산 버블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빠지지 않도록 주택과열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 최 경제팀의 부동산 부양책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세종=서윤경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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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내수 ‘약효’ 불구 가계 빚 ‘폭탄’ 안겨… ‘미스터 대책’ 최경환 18개월 功過
입력 2015-12-12 01:06 수정 2015-12-1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