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기애애한 탐색전… 이산상봉 ‘진전’ 보인다

입력 2015-12-11 21:18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오른쪽)이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차 남북 당국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원적 해결 등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우리 측 설명을 경청하는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왼쪽). 개성=사진공동취재단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은 2010년 5·24 대북 제재조치 이후 처음 열린 양측 당국 간 회담인 만큼 시작부터 서로 남북관계 정상화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은 언론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언급하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우리 측의 북핵 압박에 대해선 강력 비난하는 방법으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들판에 눈이 내리면 갈지자로 걷지 말아야”=오전 10시40분 시작된 전체회의에서는 양측 모두발언에서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북측 수석대표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겨울이니까 날씨는 차긴 찬데 어떻든 북남이 만나서 오래간만에 풀어가자.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한시 ‘야설(野雪)’의 한 구절로 화답했다. 황 차관은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이라는 시가 있다. 들판에 눈이 내리면 갈지자로 걷지 말고 서로 잘 걸어가라는 의미”라며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 통일로 가는 큰길을 열자”고 제안했다.

첫 전체회의는 서로 분위기를 탐색한 뒤 30분 만인 11시10분쯤 종료됐다. 이후 7시간 만인 오후 6시3분에 수석대표 간 접촉으로 회담이 재개됐다. 현안이 많다보니 의제를 설정하고 각자 입장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탓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 대표단 일원인 황철 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회담 직전 평양방송에서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과 같이 삼천리강산을 통일 열기로 끓게 했다”고 언급해 이산가족 문제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측도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었다.

따라서 이산가족 문제의 경우 이번 회담에서 상당 부분 진전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다만 북측이 요구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우리 대북정책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어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빅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기선 제압 나선 북한, 속내는?=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화 타령과 상반되는 도발 망동’이란 글에서 “반공화국 대결 망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회담 전망을 우려케 하는 요인”이라며 “최근 남조선 당국자들은 외세와의 북핵 공조 나발을 요란스레 불어대는가 하면 북 인권이니 뭐니 하고 떠들면서 동족대결을 고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 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금강산은 산악미와 계곡미, 고원경치, 전망경치, 호수경치, 바다와 해안경치 등 자연의 모든 아름다운 절경을 한 곳에 모아놓은 명승의 집합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금강산 관광 등 당국회담 의제 선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및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상당한 부담감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강준구 기자,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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