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탈당 도미노 야권 빅뱅… 안철수, 13일 중대결심 표명과 새정치연합의 앞날

입력 2015-12-11 21:38 수정 2015-12-12 00:55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오른팔을 내밀어 주먹을 쥐고 있는 사진이 11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서울 마포구 '정책네트워크 내일' 사무실에 놓여 있다. 독일의 사진작가 토마스 회커가 찍은 '오른쪽 주먹을 보여주는 헤비급 권투 세계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를 패러디한 사진으로 지난 3월 월간 안철수 창간호에 '히든 챔피언'이라는 타이틀로 실렸다. 연합뉴스

수도권 모처에 칩거하며 닷새째 거취에 대해 ‘장고(長考)’를 이어갔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3일 탈당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 의원 본인의 직접적 의사표명은 없지만 안 의원 주변에선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을 선택하고 당내 현역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야권의 정치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칩거 끝 탈당으로 가나=안 의원 측은 11일 “(탈당이냐 아니냐) 큰 방향에 대해서는 결론이 났다”며 “안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작성하고 있고 거취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 “급할 것이 없다”며 다음주 초에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안 의원은 측근들에게 “마음이 한쪽으로 기운 이상 빨리 기자회견을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안 의원 주변 인사들은 안 의원이 탈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안 의원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송호창 의원은 “(안 의원의 ‘최후통첩’에 대한) 대표의 답이 없지 않았느냐”며 안 의원의 마음이 사실상 탈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안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도 “당내에서 백의종군하는 것은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잔류하는 식으로) 무릎 꿇고 들어갈 순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식 의원도 “안 의원의 잔류는 곧 정치적으로 사망선고가 될 것”이라며 “탈당 결단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의 탈당은 공멸”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돼 부랴부랴 다양한 당내 모임에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안 의원은 이 중재안들에 대해 “혁신 실천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며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최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를 시사하는 등 안 의원의 제안에 반응을 해야 탈당을 적극적으로 말리기라도 할 텐데 그것이 전제돼 있지 않으니 말릴 근거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문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에서는 2012년 대통령 선거 야권후보 단일화 때 안 의원의 마음속에 불신의 씨앗이 생겼고 그 후 계속된 ‘불협화음’이 그 씨앗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이 지난 5월 당 혁신위원장직과 지난 10월 수권비전위원장직을 연달아 거부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의 전당대회 제의는 연합이 아닌 1인 체제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당 도미노, 총·대선 지각변동 현실화?=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안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되면 야권의 정치지형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호남과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추가 탈당은 곧 현실화될 시나리오다.

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하면 30명은 나갈 것”이라면서 “교섭단체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최 의원도 “안 의원이 탈당 결정을 우리와 상의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반 탈당은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식 발표 직후 고민을 시작해 2∼3일 뒤에는 비주류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에서는 문 의원과 최 의원을 비롯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 호남에서는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이 동반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이 움직일 경우 당장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과의 접촉이 예상된다. 천 의원은 그간 공개적으로 안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다만 천 의원 신당은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중도’를 표방하는 안 의원의 정치 성향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중도층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의 연대도 가능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벨트를 손 전 고문이 책임지고 호남과 영남 지역을 안 의원이 맡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후보를 낼 수 있는 신당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안 의원이 당에 잔류할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기자회견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문 대표와의 막판 대타협을 위한 물밑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아직 문 대표 측으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나 ‘깜짝 제안’이 담보된 만남이 아니라면 안 의원의 결단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의미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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