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모처에 칩거하며 닷새째 거취에 대해 ‘장고(長考)’를 이어갔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3일 탈당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 의원 본인의 직접적 의사표명은 없지만 안 의원 주변에선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을 선택하고 당내 현역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야권의 정치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칩거 끝 탈당으로 가나=안 의원 측은 11일 “(탈당이냐 아니냐) 큰 방향에 대해서는 결론이 났다”며 “안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작성하고 있고 거취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 “급할 것이 없다”며 다음주 초에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안 의원은 측근들에게 “마음이 한쪽으로 기운 이상 빨리 기자회견을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안 의원 주변 인사들은 안 의원이 탈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안 의원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송호창 의원은 “(안 의원의 ‘최후통첩’에 대한) 대표의 답이 없지 않았느냐”며 안 의원의 마음이 사실상 탈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안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도 “당내에서 백의종군하는 것은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잔류하는 식으로) 무릎 꿇고 들어갈 순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식 의원도 “안 의원의 잔류는 곧 정치적으로 사망선고가 될 것”이라며 “탈당 결단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의 탈당은 공멸”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돼 부랴부랴 다양한 당내 모임에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안 의원은 이 중재안들에 대해 “혁신 실천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며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최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를 시사하는 등 안 의원의 제안에 반응을 해야 탈당을 적극적으로 말리기라도 할 텐데 그것이 전제돼 있지 않으니 말릴 근거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문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에서는 2012년 대통령 선거 야권후보 단일화 때 안 의원의 마음속에 불신의 씨앗이 생겼고 그 후 계속된 ‘불협화음’이 그 씨앗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이 지난 5월 당 혁신위원장직과 지난 10월 수권비전위원장직을 연달아 거부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의 전당대회 제의는 연합이 아닌 1인 체제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당 도미노, 총·대선 지각변동 현실화?=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안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되면 야권의 정치지형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호남과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추가 탈당은 곧 현실화될 시나리오다.
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하면 30명은 나갈 것”이라면서 “교섭단체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최 의원도 “안 의원이 탈당 결정을 우리와 상의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반 탈당은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식 발표 직후 고민을 시작해 2∼3일 뒤에는 비주류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에서는 문 의원과 최 의원을 비롯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 호남에서는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이 동반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이 움직일 경우 당장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과의 접촉이 예상된다. 천 의원은 그간 공개적으로 안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다만 천 의원 신당은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중도’를 표방하는 안 의원의 정치 성향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중도층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의 연대도 가능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벨트를 손 전 고문이 책임지고 호남과 영남 지역을 안 의원이 맡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후보를 낼 수 있는 신당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안 의원이 당에 잔류할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기자회견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문 대표와의 막판 대타협을 위한 물밑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아직 문 대표 측으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나 ‘깜짝 제안’이 담보된 만남이 아니라면 안 의원의 결단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의미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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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1 21:38 수정 2015-12-12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