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리(51) 중부대 교수는 살 빼려다 얼떨결에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일 때 우울증을 앓았다. 대학 4년 동안 잘 놀긴 했는데 졸업하고 나면 할 일이 없었다. 한 달여 칩거하며 폭식을 했다. 몸무게가 7㎏이나 늘었다.
살을 빼기로 하고 단식원을 찾았는데 회비가 비쌌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길에서 ‘오산리 최자실 기념 금식기도원’ 버스를 봤다. 옆 사람에게 “저건 뭐냐”고 물었더니 “물만 먹는 기도원인데 거기 가면 살이 빠진다”고 했다.
기도원에 가서 예배에 참석했다. 이틀은 배가 고프다는 생각뿐이었다. 3일째 되는 날 설교가 귀에 들어왔다. ‘하나님이 우리를 책임지신다’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 4일째 성경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5일째 예배당의 맨 앞자리에 앉았다. 6일째 되는 날엔 지난 삶이 눈앞에 펼쳐졌고 그동안 동행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감격해 했다. 7일째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님만 믿고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7일이 지나자 딱 7㎏이 빠졌다.
이후 한진그룹 공채를 통해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했다. 이어 하얏트호텔과 신라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고 지금은 중부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이촌로 온누리교회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하나님이 지금 내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자신을 이끌어왔다고 고백했다.
하얏트호텔에서 15년간 일하다 신라호텔로 옮겼을 때였다. 그가 TF팀장이 된 후 신라호텔 매출이 160%까지 신장했다. 최고 대우를 받았다. 그때 물었다. “하나님이 나를 잘 나가게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신라호텔의 한 중역 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매출이 높아지자 이 중역이 저를 식사에 초대했어요. 그때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죠. 이 사장이 기독교에 관심을 표했고요.”
2009년 중부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중부대 호텔경영학과는 국내 특1급 호텔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그때 생각했다. “하나님이 나를 취업률 높이라고 보내신 것은 아니겠지…”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제자들을 위한 멘토링이었다. 그는 매주 1회 제자들과 모여 성경을 공부하고 고민을 나눴다. 조교를 포함해 두 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15명까지 커졌다.
올 초 또다시 하나님이 지금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당시 한 배우의 웨딩이벤트를 기획했던 그는 그 배우와 함께 하와이를 방문했다. 택시를 탔는데 흑인 기사가 소녀시대, 엑소 등을 안다며 노래까지 따라 불렀다. 그리곤 “한국도 전통의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일본과 중국 옷은 본 적이 있는데 한국 옷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일’,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이 교수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한복을 갖고 가서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복의 장단점을 연구했다. 올봄부터는 사진작가 오중석 김보하씨 등과 함께 일반인을 모델로 세운 한복 화보집을 만들었다.
12일에는 국회에서 ‘한복 패션쇼’를 중심으로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K컬쳐 콘서트’를 열었다. 한복 150여 벌이 소개됐고 남성 4인조 그룹 하트비, 비올리스트 김남중과 명창 이주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주역으로 유명한 곽유림 등이 출연했다.
이 교수에게 비전을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앞으로도 그때그때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묻고 그대로 살 것”이라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살 빼려다 만난 하나님, 인생에 비전 주셨어요 ”… 우리 문화콘텐츠 살리기 나선 이애리 중부대 교수
입력 2015-12-13 19:21 수정 2015-12-14 1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