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국정 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집필진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대표집필진으로 공개됐던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가 여기자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데 이어 또 집필진 자질이 문제가 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는 서울 대경상업고의 김모 교사다. 그는 지난 8일 교내 메신저로 53명의 교원 전체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라고 알렸다고 한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10일 밤 집필진에서 물러났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2006년부터 이 학교에서 상업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 처음 한국사 담당교사가 됐다. 학교 측은 지난해 역사교사 1명이 그만두자 그에게 한국사 수업을 제안했다.
김 교사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2010년 역사학 석사학위를 땄고, 한국고대사 박사과정 논문 작성을 앞둔 상태라고 한다. 지난달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지원했다.
‘불씨’는 채 1년이 안 되는 김 교사의 역사교육 경력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석·박사 전공을 감안한 선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당초 국편이 밝힌 역사·역사교육 전공 중등학교 교사의 응모자격인 ‘5년 이상의 교육 경력’과 다르다.
김 교사는 11일 정상 출근했다. 이 학교의 교장은 김 교사를 대신해 “이번 일을 해프닝으로 넘기고 본업에 충실하기로 정리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잡음’은 ‘걱정’을 낳고 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검정 교과서 집필에도 역사교육 경력이 10년 이상인 교사들이 참여한다”며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 예상보다 더 부실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2017년부터 아이들이 배울 국정 교과서엔 이미 온갖 얼룩이 졌다. 여기에 밀실 집필, 부실 집필진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
전수민 사회부 기자 suminism@kmib.co.kr
[현장기자-전수민] 불신 깊어지는 국정 교과서 ‘집필진 자질’
입력 2015-12-11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