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기의 요구를 실현시켜 중국 제조의 아름다운 명함을 만들자.’
11일 지린성 창춘시에 위치한 고속철 제조업체인 창춘궤도객차유한회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방문 당시 강조한 훈시가 구호로 만들어져 플래카드에 걸려 있었다. 당시 시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 과정에서 고속철은 아주 잘 팔리는 물건이자 빛나는 명함”이라며 “근래 외국을 돌며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게 바로 고속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도 고속철 사업은 중국인들에게는 자부심이자 중국 제조 기술력의 이정표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이날 공장에는 블로그 활동을 하는 철도 애호가 60여명도 견학을 함께했다. 한 블로거는 “고속철은 중국이 세계 1등”이라며 “생산현장 직접 둘러보니 중국의 첨단 제조 능력에 자부심을 더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창춘객차는 세계 1위 고속철 기업 중국 중처(中車)가 생산하는 고속철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자회사다. 일반 열차와 지하철 차량 제작이 이뤄지는 구공장과 고속철 제작 전용 신공장을 합쳐 490만㎡로 여의도 면적의 1.7배가량이다. 직원 수가 1만8000여명이고 연구·개발 인력도 1200명에 달한다.
신공장은 2010년 5월 준공된 이후 현재 시속 380㎞ 이상의 고속철 제조를 전담하고 있다. 연간 고속철 생산능력 1500량을 자랑한다. 류보 기업문화부 부부장은 “중국은 고속철 운행거리가 1만7000㎞로 고속철 운행 경험이 풍부하다”면서 “기술력에 있어 유럽과 일본,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고속철은 지진예보 기능 등 안전성과 경량화를 통한 경제성까지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고속철을 포함한 중국의 철도설비는 80개국에 수출됐고 수출 총액은 267억7000만 위안(약 4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기존 아시아·아프리카 위주에서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28개국과 수출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간 150㎞ 고속철 수주전에서 일본을 제쳤고, 앞서 같은 달 중순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 간 370㎞ 고속철을 수주하기도 했다.
중국 고속철의 가장 큰 경쟁력은 품질 대비 건설비용이 적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계은행 중국사무소가 발표한 중국 고속철 건설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시속 350㎞ 고속철 건설에 쓰는 비용은 ㎞당 1억2900만 위안(227억원)으로 세계 평균 3억 위안(543억원)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특히 최대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선 3분의 1가량 싸다. 또 다양한 기후와 지질 조건에 부합한 철도와 차량 제조 능력을 갖고 있다. 왕레이 설계부장은 한국과의 기술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 “터키와 러시아에서의 성과와 함께 중국의 고속철 운행 경험을 본다면 한국도 잘 알고 있지 않겠느냐”면서 에둘러 기술력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창춘=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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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계 1위 中 고속철 제조현장 ‘창춘객차’ 가보니…
입력 2015-12-1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