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목회는 종교개혁에 비견될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 박영 예수마을셀교회 목사

입력 2015-12-13 17:38
박영 목사가 경기도 수원 장안구 덕영대로 예수마을셀교회에서 ‘셀목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는 박 목사가 부교역자 및 성도들과 교회 입구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 장안구 덕영대로 예수마을셀교회. 건물에 들어서자 천장에 띄운 색색의 풍선과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눈에 띄었다. 교회 곳곳에 꾸며진 장식들은 흡사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빨간 앞치마를 맵시 있게 두른 여성 성도들은 손님 준비로 꽤 분주해 보였다.

“오늘은 ‘교회 안 작은 교회’인 셀의 연합 행사 ‘해피브릿지’가 열리는 날입니다. 일종의 ‘불신자 초청 잔치’인데 제가 설교를 하진 않아요. 대신 성도들이 간증하고 초청한 손님들을 대접하죠. 교회에 처음 오시는 분도 자연스럽게 공동체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성도들이 행사를 주도합니다.”

2011년부터 ‘한국 셀교회 콘퍼런스’를 열어 전국 교회에 ‘셀목회’의 중요성을 설파한 박영(57) 예수마을셀교회 목사의 말이다. 셀목회는 미국 남침례교의 랄프 네이버 박사와 빌 백햄 선교사, 크리스천 슈바르트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성도들이 목회자와 동역자가 돼 동시에 사역하는 게 특징이다.

박 목사는 예수마을셀교회를 ‘초대교회의 영적 DNA가 강력히 스며든 교회’로 소개하며 셀목회를 “제2의 종교개혁에 비견될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라 정의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만인사제론’을 강조했지만 아직도 목회자만 제사장이고 평신도는 목회의 대상이란 인식을 가진 이들이 한국교회에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셀목회는 평신도를 ‘왕 같은 제사장’으로 보고 평신도를 사역자처럼 헌신토록 양육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점이 기성교회의 목회 관점과 확연히 다른 점이지요.”

박 목사는 ‘성도는 목회의 동역자’라는 셀목회 강령을 교회에 그대로 도입했다. 그는 셀리더들의 모임인 ‘셀리더 회의’에서 전도행사나 콘퍼런스 개최 여부, 카페 개소, 내년 목회 방향 등 교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 교회 밖 삶의 현장에서 주변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소그룹전도모임 ‘오픈셀’을 활성화 해 평신도가 직접 전도와 양육 사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했다. 현재 교회에서 활동 중인 셀은 78개로 600여명의 성도들이 이곳에 소속돼 전도와 교회 섬김에 힘쓰고 있다. 교회 내 셀과는 별개로 성도들의 가정과 대학, 회사에 세운 오픈셀은 10여 곳에 이른다.

박 목사는 교회 평신도들이 목회 전면에 적극 나서는 비결로 ‘셀목회 제자훈련’을 꼽았다. 평신도와 목회자가 대등하게 사역을 이끌기 위해서는 셀목회를 기반으로 한 제자훈련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자훈련은 이미 국내 여러 교회에서 적용하고 있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개념이다. 박 목사는 여기에 ‘건강한 정체성’을 더해야 복음과 사명에 목숨 거는 제자를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회 현장에서 12년간 제자훈련을 해 보니 기존의 셀리더를 바로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이전에 훈련을 잘 받은 셀리더라도 삶의 여러 문제로 흔들리면 그와 함께 하던 구성원들도 모두 흩어지고 맙니다. 하지만 셀리더가 지속적으로 건강한 정체성을 학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리스도의 진리 위에 사역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면 어떤 시련에도 자신의 사명을 다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박 목사는 매주 월요일 오전과 오후에 ‘셀리더 모임’을 열고 사역자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일깨운다. 일종의 ‘셀리더 보수교육’인 셈이다. 그는 이 모임이 바쁜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제자를 넘어 사역자인 동역자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목회 현장에서 셀목회와 제자훈련을 접목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6월엔 제자훈련 교재도 집필했다. 교재들은 그가 창안한 ‘셀교회 제자학교 훈련과정’에 따라 단계별로 제작됐다. 제자학교는 ‘믿음의 삶’ ‘제자의 삶’ ‘리더의 삶’ 순으로 3학기 동안 진행된다. 평신도 사역자를 넘어 교회 전임 사역자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과정도 있다. 올해 9월 개강한 ‘사역자 학교’는 제자학교 수료자만 입학할 수 있으며 현재 40여명이 수강 중이다.

그의 목회 방향에 공감하는 목회자의 모임인 ‘셀목회 네트워크’도 최근 결성됐다. 셀목회를 한국교회에 알리기 위해 2011년 시작한 ‘한국 셀교회 개척 콘퍼런스’ 이후 멘토링을 원하는 목회자들의 요청이 쇄도해서다. 현재 전국 15개 교회가 네트워크 일원으로 활동 중이며 매달 정기모임을 열어 박 목사가 셀목회 적용 방법을 밀착 지도한다. 네트워크 교회는 향후 50곳까지 선정할 계획이다.

박 목사는 다음달 18일부터 2박 3일간 ‘2016 한국 셀교회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지난 6월 연 콘퍼런스에 이어 4회째다.

“3회를 마지막으로 콘퍼런스를 접으려고 했어요. 참석자는 400∼500명씩 꾸준히 오지만 콘퍼런스를 열면 성도들이 감당해야할 육체적·재정적 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그런데 몇 달 전 기도하던 중 하나님의 책망을 들었어요. ‘교회가 네 것도 아닌데 왜 마음대로 하느냐’고요. 성도들에게 다시 콘퍼런스 개최 의중을 물으니 흔쾌히 받아 주셨지요. 앞으로 여러 교회와 건강한 평신도를 세운다는 마음으로 매년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번 콘퍼런스 주제는 ‘셀교회로 건강한 교회를 세우라’이며 이성희 서울 연동교회 목사와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가 초청강사로 나선다(070-7545-3381∼2·jesuscell.net).

수원=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