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녹으면 아침에 이면도로엔 얼은 곳이 많아 조심해야 합니다.” 겨울철에 흔히 듣는 말인데, ‘얼은’이 아니라 ‘언’이라고 해야 합니다.
“낯설고 물설은 객지에서 갖은 고생을 했다.” 십중팔구는 이렇게 말하고 적습니다. ‘낯설고 물선’ ‘물설고 낯선’이 맞는 표현입니다.
썰다, 갈다, 말다, 덜다, 졸다 등 어근(단어에서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이 되는 부분. ‘사내답다’에서 ‘사내’ 따위)이 ‘ㄹ’로 끝나는 동사, 형용사는 활용될 때 ‘ㄹ’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있지요. ‘썰은’이 아니라 ‘썬’이 된다는 것입니다. ‘채 썬 무’처럼. ‘물에 말은 밥’이 아니라 ‘물에 만 밥’입니다.
‘꿇다’ ‘뚫다’ 등의 경우 발음은 ‘꿀’ ‘뚤’이지만 ㄹ로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꿇은’ ‘뚫은’이 맞는 표현이지요. ‘무릎 꾼’이 아니라 ‘무릎 꿇은’이라고 해야 합니다.
“날으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 한때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사람이 설칠 때 회자되던 말입니다. ‘나는 새’라고 해야 하는데 웬일인지 자꾸 ‘날으는 새’라고 합니다.
지금도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자고자대(自高自大)하는 사람이 있나요?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날으는 새? 나는 새!
입력 2015-12-11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