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토크] 피로사회

입력 2015-12-11 18:06
시상하부(화살표). 위키피디어

요즘 한해를 마무리하는 여러 성과지표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지표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통계자료와 비교되면서 2015년도 우리나라가 받은 성적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씁쓸함이 앞선다. OECD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삶의 만족도’이고 그 다음이 ‘안전’과 ‘건강’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8점으로 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 수준이다.

삶에 만족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나 그 점수가 낙제 수준이라니 새삼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삶의 질이라는 것이 매우 복합적인 요인들로 나타나지만 수면부족 등 여유롭지 못한 생활 행태가 주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른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59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 국가 중에 수면시간을 조사한 18개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가장 짧은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생애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내는 만큼 수면은 필수적인 삶의 요소이나 수십 년에 걸친 연구에도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100년 전보다 1.5시간 단축된 수면시간을 보이는 현대인은 85가지 수면장애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 질환은 불면증, 수면 관련 호흡장애 등 8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우리가 불면증의 원인을 모르는 이유는 잠을 자야 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가족성불면증’이란 수면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약 40개의 가계에서 나타나는데 주로 50대에 발병해 불면 증상이 1년쯤 지속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처럼 수면은 정상적인 삶과 직결된 생체리듬으로서 곤충류 이상의 고등한 모든 동물은 어떠한 형태로든 잠을 잔다. 잠을 자는 모든 생물에게 있어 잠은 적잖은 대가를 요구한다. 잠을 자는 동안 포식자 등 다양한 외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명 수면학자 앨런 레치새픈 박사는 “수면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라면 이는 진화적 최대 실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퍽퍽한 삶에 피로감 높은 오늘의 우리. 수면이 부족해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인지, 피로사회에 지치고 겨워 잠 못 이루는 것인지 전후를 살펴볼 일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