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구속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탈당을 권유하고, 원외 측근들의 불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을 종식해 혁신안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안철수 의원에 대한 압박이자 현역 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당적 정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문 대표의 최측근 인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자 그대로 ‘제 살을 깎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까지도 “(대법원의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에) 재심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문 대표가 사흘 만에 한 전 총리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은 그만큼 당내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표는 노무현정부 당시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원외 친노 인사들에게도 직접 불출마를 확약 받고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동안 비주류 진영이 제기해 온 ‘친노 패권주의’ 논란을 정리해 혁신안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읍참마속을 통해 ‘친노를 위한 공천혁신안’이라는 식의 의심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결단은 대대적인 인적쇄신의 신호탄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현재 진행 중인 ‘현역의원 하위 20% 교체’ 평가작업에 대한 비주류의 저항이 상당히 거센 상황에서 직접 측근들부터 손을 댐으로써 확실한 ‘물갈이 공천’ 의지를 표명하고 명분을 쌓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에게도 공천 혁신안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당의 인적쇄신과 기강 확립을 위한 신호탄으로 보면 된다. 앞으로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에 대한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부패에 대한 온정주의를 추방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에 대한 문 대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섣불리 온정주의라는 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던 문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안 의원의 비판을 수용해 탈당 명분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출마설이 돌던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과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의 불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현역 의원 달래기’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구청장으로 재직 중인 곳은 모두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다. 한 핵심 당직자는 “선거법상 15일까지 (공직) 사퇴 여부를 결정해야 해서 의사를 확인한 것”이라면서도 “(총선에) 나오기만 하면 되실 만한 분들”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도 이들과 만나 새정치연합 현역의원과 겹치는 지역구이고, 당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양보와 헌신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의 잠재적 경쟁자를 줄여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표는 앞서 수도권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총선용 비상지도체제 전환’이라는 중재안에 대해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문 대표는 “안 의원과 협력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문 대표가 비대위안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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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0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