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AFC 회원국 랭킹’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러나 K리그는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수년 전부터 투자가 축소돼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ACL) 성적도 신통치 않다. K리그는 명예 회복과 추락의 기로에 서 있다.
AFC가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11월 ‘AFC 회원국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클럽 포인트(61.911점)와 국가대표 포인트(27.926점)를 합쳐 총점 89.837점으로 1위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총점 89.217점)와 이란(78.153점)이 2,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총점 74.959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AFC 회원국 랭킹’은 A매치 성적으로 매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과 달리 회원국의 4년간 프로 클럽 성적(70%)과 최근 국가 대표팀 성적(30%)을 합산해 정해지며 1년 중 한 번 발표된다. AFC는 “K리그 클럽들이 ACL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한국이 1위를 차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K리그는 2005년부터 10년간 네 차례 정상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K리그는 ACL을 지배했다. 이 시기에 K리그는 무려 다섯 차례나 결승 진출 팀을 배출했으며, 이 중 세 차례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의 ACL 성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K리그 4개 팀이 모두 어렵게 16강에 올랐지만 전북 현대를 제외한 3개 팀이 8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K리그 최강 전북마저 8강전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에 덜미를 잡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했던 K리그가 뒷걸음질하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내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축구에 쓰던 돈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이는 장현수(광저우 푸리), 이명주(알 아인), 하대성(베이징 궈안), 김주영(상하이 상강) 등 국가 대표급 선수들의 유출로 이어졌다. 이들은 대부분 K리그 팀들이 ACL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중국, 일본, 중동 팀으로 떠났다. 자국 선수들을 잡지도 못하는 K리그가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을 수급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K리그 팀들의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것도 문제다. 얇은 선수층으로 정규리그와 ACL을 병행하다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시아 프로 리그는 전반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아시아 클럽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호비뉴, 디아만티(이상 광저우 에버그란데), 사비(알 사드)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영입하고 있다. K리그 감독들은 “특급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며 “국내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와 함께 훈련과 경기를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입을 모은다.
K리그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머지않아 ‘AFC 회원국 랭킹’ 1위 자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한편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선 2016년 ACL 조 추첨이 열렸다. K리그 클래식 우승팀 전북 현대와 준우승팀 수원 삼성은 대진이 좋은 편이며,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는 험난한 조에 편성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한국축구, 불안한 ‘AFC 1위’… 추락 걱정
입력 2015-12-10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