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정석] 이제는 생활이다

입력 2015-12-11 18:37 수정 2015-12-11 20:46
올해 7월 생애 첫 기부를 한 김래하 김하진 최우진 이시우 아기들이 방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들고 있다(왼쪽부터). 이래은 아기는 오빠가 아파서 함께 하지 못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모금과 기부는 한 쌍이다. 우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나 가수 션 부부와 같이 특별한 이들이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성경은 연보(捐補·타인을 돕기 위해 내 것을 내놓음)가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고후 9:11)이라고 했다. 실제 기부하는 이들은 기부란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다고 한다. 기부가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감사와 기쁨으로 만들어간다.
기부를 통해 개인적인 기념일을 축복을 나누는 날로 만들 수 있다. 연애를 시작한 청년이 매일 100일 동안 2000원씩을 모아 기부를 한다. 결혼 1주년을 맞아 매일 1000원씩 365일분인 36만5000원을 낸다. 입사 20주년 맞는 가장이 근속에 감사하며 기부를 한다. 첫 아기의 백일을 감사하는 의미로 100만원을 기부한다. 모두 국제구호개발기구 기아대책(kfhi.or.kr) ‘기념일’ 기부 사례들이다.

지난 10월 1주년 결혼기념일에 기아대책에 기부한 박해봉(39) 하지혜(32)씨 부부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수입의 10의 1은 하나님께 바치는 의미로 교회에 내고, 또 다른 10의 1은 교회 밖의 사람들을 돕는 데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부부는 10의 1씩을 교회와 모금단체에 각각 낸다. ‘십이조’를 하는 셈이다. 부부는 앞으로 매년 10월 9일 결혼기념일에 36만5000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이렇게 가족의 생애주기에 따라 기부를 시작, ‘나눔’의 가풍을 만들어갈 수 있다.

생명을 잉태했을 때, 아기가 태어났을 때, 생일을 맞을 때, 입학과 졸업을 할 때, 취업과 은퇴를 할 때, 회갑과 칠순을 맞을 때, 임종을 앞둘 때 기부를 할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beautifulfund.org)의 ‘아름다운데이’ 기부가 대표적이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삶의 순간 그 소중함을 나눌 수 있다”며 “기부는 자신과 이웃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경기도 남양주 개구리어린이집 부모회 다섯 가정은 올해 7월 태어난 지 50일, 100일, 돌을 맞는 5명의 아기 이름으로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김래하, 최우진, 김하진, 이시우, 이래은 아기의 생애 첫 기부였다. 기부를 처음 제안한 시우 어머니 권선미(37)씨는 “일상에서 실천한 나눔이라서 좋다. 아이들이 이날을 기억해 다른 사람의 행복도 살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기부를 할 수 있다. LG전자 MC연구소는 2013년부터 커피 자판기 수익금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다. 지금까지 기부금은 2000만원에 달한다. 기부를 제안한 김용수(37) 연구원은 “자판기 앞에 500원을 기부하고 커피를 제공받는 걸로 생각해 달라고 적어뒀다. 커피 자판기 기부로 멀게만 느껴지던 기부가 눈앞에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집안에 놓인 돼지저금통은 자녀들에게 ‘나눔’을 가르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chest.or.kr) 관계자는 “저금통이 찰 때마다 모금회 사무실로 가져오는 아이들이 있다. 고사리손을 가진 유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지난해는 전북 익산의 삼남매가 모금회에 350만원을 기부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남매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돼지저금통에 용돈과 세뱃돈을 모았다.

서울 한신교회 교육부서 차요한(29) 전도사는 2009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이들에게 글로벌비전의 트리저금통을 나눠준다. 올해는 60개를 나눠줬다. 차 전도사는 “아이들이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비전(globalvision.or.kr)은 내년 1월 31일까지 저금통을 나눠준다. 모금액은 국내외 빈곤아동을 위해 쓰인다.

회사나 기관이 행사 시 화환 대신 쌀을 받아 기부하기도 한다. 고신대복음병원은 올해 9월 임학 원장의 취임식 때 ‘쌀 화환’을 받았다. 복음병원은 들어온 쌀 1110㎏을 고신대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에 기증했다. CTS기독교TV는 최근 개국 20주년 행사 때 들어온 쌀 1130㎏을 지자체에 기부했다. 기독교복음방송 GoodTV는 29일 신임사장 취임식 때 쌀을 받아 노숙인에게 전할 계획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