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위원장 자진 출두했지만… “노동법 개혁” “저지” 걷히지 않은 전운

입력 2015-12-11 04:00 수정 2015-12-11 17:06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1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조합원 등 지지자들을 뒤로하고 일주문을 빠져나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은신이 한 달 가까이 길어지면서 자진출두냐 강제체포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동법 개정 반대 이슈는 관심에서 멀어졌다. 정부는 노동법 개정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으로 부르고, 노동계는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노동개악’이라며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표류하는 ‘노동개혁’ 또는 ‘노동개악’

노동계는 노동개악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노동개악 철폐’는 1·2차 민중총궐기 집회의 주요 안건이었다. 10일 한 위원장은 조계사 퇴거 직전 기자회견에서 ‘노동개악을 막아 내겠다’고 소리 높였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5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9월 16일 상정한 노동시장 개혁 5대 법안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 등을 일컫는다.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명료화, 실업급여 강화, 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한 연장, 파견업무 확대를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노동계·야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9일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으로 파견법은 ‘중장년 일자리 창출법’으로 법 명칭을 바꾸며 이미지 공세를 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연일 연내 국회 통과를 독려하고 있지만 결국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여당은 5대 법안을 일괄처리하자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분리 심사를 고집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 심사와 법사위를 거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야 지도부의 당 대 당 협상으로 풀릴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워낙 거센 마당에 야당이 법안처리 요구를 들어줄 공산은 크지 않아 보인다.



수장 잃은 민주노총, 16일 총파업 19일 3차 집회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의 체포에 개의치 않고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 구속 규탄 결의대회를 전국에서 열고 노동개악 폐기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10일 밝혔다.

한 위원장이 체포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당분간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서울지하철노조 출신으로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을 지냈다. 만약 최 수석부위원장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부위원장 5명 중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을 선출하게 된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향후 조직의 운영 방향 등을 둘러싼 내부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 등 관성적인 투쟁 일변도로는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반성이 내부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위원장은 10일 ‘한상균 위원장이 조합원께 드리는 글’에서 “감옥에 가서도 노동개악 중단의 열망으로 곡기를 끊고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며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총파업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라며 파업을 독려했다. 민주노총은 16일 총파업,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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