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두고 10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격론이 오갔다. ‘공직자 등’으로 표현된 적용대상에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포함한 것이 쟁점이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부정청탁을 하거나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이 넘는 금품·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토록 한 법이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은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포함시킨 이유가 공공성 때문이라고 한다면 공공성이 큰 다른 민간영역을 제쳐두고 둘만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나 민간의료계, 금융계 등 공공성이 큰 다른 민간영역이 존재하는 데도 언론사와 사립학교만 포함된 것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청구인 측은 김영란법이 지나치게 사적영역에 간섭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들은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에 대한 청탁·금품수수 행위는 자율적으로 교정이 가능하다”며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취재원의 통상적 접촉을 제한하고, 교육의 자주성 등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맞서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언론과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안영률 변호사는 “언론과 교육은 헌법에서도 따로 강조하고 있을 정도로 공공성이 강조되는 영역”이라며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입법자가 재량 안에서 가한 합리적 차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정한 청탁을 하지 말고, 금품을 받지 말라고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취재원 접촉을 제한하고, 교육현장에 개입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의 질문은 언론사와 사립학교만 포함된 이유에 집중됐다. 김이수 재판관은 “청렴도 평가 자료를 보면 민간영역에서 가장 부패가 심한 부분이 건설업계, 도소매업, 의료업 등인데 부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포함시킨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권익위 측은 “국민과의 접촉성 등을 감안해 공공성 가치를 환산한다면 언론과 교육이 가장 민감도가 큰 부분”이라고 답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안창호 재판관은 “미국과 영국은 사적영역에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며 “사적영역에까지 너무 과도하게 제한을 두는 것 아니냐”고 했다. 권익위 측은 “학연·지연 등이 작용하는 한국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헌재는 공개변론 등을 검토해 내년 상반기 안에 위헌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헌재 법정에 선 ‘김영란법’ 공개변론… 언론인·사학 관계자 적용 쟁점
입력 2015-12-10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