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째다.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은신하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수척해보였지만 두 손을 꽉 쥔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조계사 직원들과 조합원들은 팔짱을 끼고 ‘인간 띠’를 만들어 한 위원장이 나오는 길을 텄다. 그는 배웅하러 나온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포옹한 뒤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 선 한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옥과 법정에서도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16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총궐기 투쟁을 위력적으로 해내자”고 외쳤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일주문을 나서는 순간 체포했다.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 올랐다. 경찰은 지난 6월 23일 한 위원장이 8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차례 집회를 열면서 차로를 점거하고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등의 혐의다. 법원은 지난해 5월 24일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가 잇따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지난달 11일 강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된 한 위원장은 변호사 입회 아래 조사를 받았다.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1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모두 9개다. 그는 지난 4월 16일 서울광장 집회에서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미신고 행진을 했다.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대회까지 9차례 집회에서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 불응,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을 한 혐의다.
여기에다 경찰은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했다고 보고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소요죄는 다중이 모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된다. 집회·시위법 위반보다 처벌이 무겁다. 경찰 관계자는 “법 감정으로는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소요죄 적용이 맞는다는 생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출신인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민주노총의 첫 직선제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일 때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주도했다. 이후 3년간 실형을 살았다. 출소 후에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평택공장 인근의 높이 30m 송전탑에 올라 171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심희정 강창욱 기자
simcity@kmib.co.kr
[관련기사 보기]
한상균 위원장 혐의와 행적… 집시법 위반 9차례 소요죄 추가될 듯
입력 2015-12-10 21:26 수정 2015-12-10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