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주류(친노)와 비주류(비노) 대립이 가관이다. 그 정점에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있다. 쟁점은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 여부다. 비주류는 안 의원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문 대표가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계속 압박하는 반면 주류는 명분 없는 문 대표 흔들기에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비주류가 문 대표를 징계해달라고 당 윤리심판원에 요청하는 등 양측의 언행도 격해지고 있다. 오영식·주승용 의원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10일에는 최재천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으며,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고 있어 지도부 공백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분당(分黨)의 갈림길에 선 새정치연합의 현주소다.
야당의 내홍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5법을 포함한 민생경제 관련법안들이 과연 처리될 수 있을지, 그리고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5일) 이전에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대국민담화를 내 여야 지도부에게 밤을 새워서라도 19대 국회의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한 데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새정치연합은 정신 차려야 한다. 집안싸움에다 민생과 직결된 법안 처리마저 등한시한다면 새정치연합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 대표가 얽히고설킨 매듭의 고리를 푸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문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워야 채워질 수 있다. 문 대표가 진정으로 안 의원과 함께 가겠다는 생각이라면 비주류 요구를 마냥 외면해선 안 된다. 안 의원에게 탈당의 명분을 주는 꼴이다. 아울러 문 대표의 대표직 고수 이유가 친노 패권주의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문재인 대표가 더 비워야 한다
입력 2015-12-10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