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건 직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서 책임 공방을 벌여온 가운데 이번에는 양국 총리들이 서로를 비방하고 심지어 ‘전쟁’을 언급하고 나섰다.
영국 BBC방송 등은 9일(현지시간)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가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을 통해 ‘인종 청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러시아는 라타키아주 북부에서 시리아 정권과 관계가 좋지 않은 투르크멘과 수니파 인구를 쫓아내려고 하고 있다”면서 “인종 청소를 통해 시리아 정부와 함께 라타키아와 타르투스의 기지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알아사드 정권을, 터키는 시리아 반군을 돕고 있다. 터키 측은 투르크멘족 반군이 장악한 라타키아 북부를 최근 러시아가 공습하자 이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더불어 “러시아가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장을 돕고 있으며 러시아의 공습으로 난민 수백만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자국 전폭기를 격추시킨 터키를 계속해서 추궁하면서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 주요 방송사와 한 국정 결산 기자회견에서 전폭기 격추 사건에 대해 “직접적 공격이기 때문에 지난 세기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전쟁이 시작됐을 것”이라며 “터키 공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는 전쟁 개시를 위한 명분까지 될 수 있었지만 러시아가 자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폭기 블랙박스를 분석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터키에 책임을 묻겠다는 우리의 태도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전폭기 격추 사건 이후 경제 제재와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터키산 채소 과일 등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자국민의 터키 여행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가 국영 로스아톰이 수주한 터키 첫 원자력발전소 공사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으로 양국이 추진 중인 ‘터키 스트림’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등이 중단될 경우 러시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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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이 정도면 전쟁 개시” 발언수위 높였다
입력 2015-12-10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