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라도 맞은 것처럼 호랑이 얼굴과 몸의 털이 방사선처럼 뻗쳐 있다(사진). 다이아몬드 눈동자는 맹해 보이고 헤 벌린 입으로 붉은 혀를 내밀고 있다. ‘동물의 왕’ 맹수의 위엄이라곤 찾아볼 데가 없는 우스꽝스런 호랑이를 내려다보는 까치의 표정이 외려 맹랑하다.
19세기에 크게 유행했고 20세기 들어서도 산업화가 덮치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웬만한 가정집 벽장을 장식했을 법한 까치호랑이 그림이다. 민화 중에서도 가장 흔한 소재였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호’의 개봉을 앞두고 호랑이 그림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의 개관 3주년 기념 특별전 ‘백성의 그림전 첫 번째-대호’다.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이름 없는 시정 화가들이 그린 민화 가운데 호랑이를 소재로 한 그림 30점이 전시된다.
호랑이는 양반집권층의 상징 같은 존재로 해석됐다. 탈춤을 통해 양반사회를 조롱하듯 그림에서 호랑이는 서민 까치와 대립적인 존재로서 한껏 희화화 돼 있다. 16세기 민화에서 전형화되고 다소 굳어있는 호랑이의 표정은 후대로 갈수록 해학미가 넘쳐난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성인 9000원, 대학생 7000원, 초·중교생 5000원, 어린이 3000원(02-395-0211).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웃기는 까치호랑이 보러 오세요”… 서울미술관 개관 3주년 맞아 내년 2월말까지 특별전 열어
입력 2015-12-10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