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 대책] 신혼부부 ‘투룸 행복주택’ 5만3000가구 공급

입력 2015-12-10 20:57

정부가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신혼부부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뽑아들었다. 저출산의 핵심 원인을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세태에서 찾았다. 이런 비혼(非婚)·만혼(晩婚)의 가장 큰 이유는 주택 문제라고 봤다.

미혼에서 결혼, 결혼에서 출산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고 청년들이 그 다리를 건너도록 유도한다는 게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중심 아이디어다. 3차 기본계획의 별칭도 ‘브리지 플랜 2020’이다.

◇집을 줄 테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라=10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25∼34세 여성의 혼인율은 2005년 60.4%에서 지난해 43.7%로 뚝 떨어졌다. 결혼을 늦추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만혼의 영향을 제거했을 경우 지난해 출산율이 1.58명까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출산율은 1.21명이다.

정부는 비혼·만혼 대응 중심으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짰다. 하지만 지난 10월 시안을 발표하자 ‘뚜렷한 색깔이 없는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확정안에서는 주택정책을 크게 강화했다.

먼저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신혼부부 전용 36㎡(10.8평형)짜리 투룸(방 2개)형 행복주택을 5만3000가구 공급한다. 2017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전체 행복주택(14만 가구)의 37%에 이른다. 투룸형은 앞서 공급된 신혼부부용 원룸형 행복주택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아이가 있는 신혼부부는 원룸형이 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서울 송파삼전지구 행복주택 가운데 신혼부부에게 배정된 26㎡짜리 원룸형 가구는 입주자 모집 경쟁률이 5대 1에 불과했다. 해당 지구의 평균 경쟁률 80.2대 1보다 크게 낮았다.

행복주택 신혼부부 특화단지도 조성된다. 경기도 하남·미사와 성남 고등, 과천 지식, 서울 오류, 부산 정관 등 교통 요충지의 1000가구 이상 단지가 대상이다. 50% 이상을 투룸형으로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이곳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어린이도서관, 놀이방, 단시간 돌보미 위탁시설 등 아동양육 친화 시설이 대폭 들어설 예정이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한도도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수도권)으로 올라간다. 신혼부부가 전세 대출을 하면 금리를 0.2% 포인트 우대해주는 제도도 실시된다. 정부는 2017년 이후 두 자녀 가구에 대한 금리 우대(0.2% 포인트)도 검토하고 있다.

◇비혼·만혼 해결되면 출산율도 높아질까=주택 공급확대 정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 많이, 더 빨리 결혼하라”다. 결혼에서 가장 큰 부담인 주택 문제를 정부가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인구·여성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출산율 증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삶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인데, 36㎡의 행복주택이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구에게, 어떻게 주택 지원을 할 것인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혼·만혼을 해결할 또 다른 방법으로 ‘청년고용 활성화’를 제시했다. 현재 적극 추진 중인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 37만개를 창출하고 그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많은 사안이어서 저출산 극복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찍, 많이 결혼하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여성이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문화를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홍승아 연구위원은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은 출발점을 마련해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곧바로 출산과 양육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 성평등 양육 환경이 조성돼야 출산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3차 기본계획에 남성 육아휴직 인센티브 강화, 가족 친화적 기업문화 확산 등이 포함됐지만 획기적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조영태 교수는 저출산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는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정책이 과학적 근거 없이 의견으로만 채택됐다”면서 “이렇게 ‘아니면 말고’ 식이라면 나중에 실패했을 때 만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