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요구로 소집된 임시국회는 10일 첫날부터 공전을 거듭했다. 선거구 획정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쟁점 법안의 쟁점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는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한 채 ‘네탓 공방’에만 열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개점휴업 임시국회’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법안의 알맹이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의 관심 법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막무가내식 모르쇠 태도와 판 깨기 행태에 끝내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됐다”며 “더 이상 국회의 직무유기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테러방지법을 연내 처리하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야당은 국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낸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이 ‘입법 차질’을 초래했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합의나 국회의 심사 과정을 무시한 채 ‘청와대 스케줄’대로만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는 청와대 말씀을 열심히 받아쓰는 자만 생존하는 적자생존의 룰이 지배하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비서관회의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전(前) 원내대표 때부터 날짜를 박아 처리하기로 한 법부터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법안은 각 상임위가 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고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을 위해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쟁점사안 처리가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노동개혁 5법은 임시국회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여당에서도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노동개혁 법에 대해선 여야가 서로 다른 나라 말로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입장차가 크다”고 전했다.
다른 쟁점 법안들도 상임위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어 극적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야당이 내놓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해서도 각각 상임위 논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미 정치권의 시계는 내년 4월 총선에 맞춰진 만큼 여야 모두 협상 동력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선거구 획정에 대해선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기로 한 만큼 담판이 지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역 기득권’을 지키려고 선거구 획정을 미룬다는 비판이 높은 데다 선거구 공백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쟁점 법안을 제쳐놓고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임시국회 열자마자 개점휴업… 줄줄이 발 묶인 쟁점법안
입력 2015-12-10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