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금리정책 마이웨이… 美 올린다는데 뉴질랜드 내리고 韓은 동결

입력 2015-12-10 21:05

각국 중앙은행들이 속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나홀로 금리 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어 ‘통화정책의 대분열(great divergence)’ 양상이 노골화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6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중립지대를 형성했지만 “미국이 올린다고 곧바로 따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아 미국과의 탈동조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로 0.25% 포인트 내렸다. 뉴질랜드 금리 인하 조치는 올 들어서만 네 번째로, 1999년 기준금리 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일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더 내렸다.

11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가 급락에 따른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달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한 캐나다의 스티븐 폴로즈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8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금리로 인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 연준은 경제회복세 등을 반영해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고 오히려 인상 폭과 속도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한은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5%로 동결, 6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했다.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수출 부진, 가계부채 급증세, 미 금리 인상 기조 분석 등을 동결 이유로 내세웠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미 금리 인상은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여 대응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자신했다.

통화정책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1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바닥을 기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의 국채와 미 국채 간 금리 차는 2년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각국 통화정책이 제각각인 것은 불투명성을 키우고 있지만 모든 나라가 한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는 우리의 부담이 덜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소비·고용 추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라 금리를 계속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통화정책의 분열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