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스마트카 시장을 놓고 IT 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이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자율주행자동차다. 자율주행자동차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센서 등 각종 전자부품, 주행을 관리하는 운영체제(OS) 등 IT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체는 IT 기술이 부족하고, IT 업체는 자동차 제조 노하우가 없다. 때문에 초기에는 서로 협력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조직개편에서 전장(전자장치)사업팀을 새로 만든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자동차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아우디에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키로 하는 등 이미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생산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도 반도체 분야의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도 2013년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부를 신설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의 전략적 파트너로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팩 등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키로 했다.
자동차부품 중 전자부품의 비중은 20∼40%인데, 차량 가격이 비쌀수록 전자부품 비중이 높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의 경우 전체 부품 중 40% 정도가 전자부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반도체 설계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반도체 칩을 직접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을 미리 축적해놓겠다는 의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의 자동차부품 시장 진출은 기존 자동차부품보다는 친환경·스마트카 관련 부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데, 경쟁보다 협력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율운행에 가장 중요한 OS는 구글이 앞서가고 있다. 구글은 이미 자율운행차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행 중이다.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건 아니고 기존에 출시된 차량에 자율운전 솔루션을 탑재하는 형태다. 구글은 2017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자신하고 있다. 애플도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자동차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이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에 IT 기술이 접목되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자동차 업체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자동차와 IT의 결합은 내년에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내년 1월 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는 헤르베르트 디아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와 메리 바라 GM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가전제품 중심의 행사에서 자동차 업체 CEO가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자동차와 IT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증거다. CES 2016에는 폭스바겐, 도요타, 포드 등 9개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와 115개 자동차 기술관련 업체가 참여한다.김준엽 남도영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손잡았던 車-IT업계, 스마트카 시장 놓고 맞붙는다
입력 2015-12-1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