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나 포교 같이 직접적인 종교 활동이 아니더라도 교회 건물 안에서 운영하는 탁구장, 음악교실, 방과 후 교실 등 공익·복지 목적에 사용되는 시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교단체가 지역주민을 위해 제공하는 복지·쉼터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은 종교시설을 비과세로 규정한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행정1부(부장판사 곽종훈)는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이 동대문구청장 상대로 낸 등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감리회는 2007년 5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교회(최범선 목사)의 교육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회 인근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 건물을 구입했다. ‘종교 등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취득을 비과세’로 규정한 옛 지방세법에 따라 취·등록세를 전액 감면받았다. 3년 뒤엔 교육관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근 토지를 취득했다. 이 때에도 세금은 모두 감면됐다.
용두동교회는 교육관 건물 안에 예배당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체육시설을 설치했다. 건물 2, 3층엔 교인들이 성경공부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소그룹실과 악기연습을 할 수 있는 음악교실 등을 꾸몄다. 2010년 3월에 동대문구의 요청으로 ‘방과 후 교실’도 만들었다. 수강생은 교재비만 부담했고, 강사료 등은 교회가 모두 지원했다. 청소년독서실과 더불어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탁구실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공익사업은 되레 과세의 빌미가 됐다. 동대문구는 2010년 5월 교육관을 현장조사한 뒤 ‘방과 후 교실, 탁구실 등은 ‘종교사업’이란 비과세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교육관 건물 취·등록세 등으로 2억5000여만원을 부과했다. 교회는 “건물 전체를 종교목적 사업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비과세 대상이 되는 ‘종교사업’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였다. 1심은 “비과세는 예배와 포교 등 종교목적에 필수 불가결한 재산에 한정된다”며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탁구실, 방과 후 교실 등은 유료냐 무료냐를 떠나 ‘사회복지단체가 수행할 복지사업’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은 반드시 사회복지단체가 해야 한다는 관점은 종교단체가 가지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외면한 것”이라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건물 중 일부가 방과 후 수업 등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공익 목적을 위해 건물을 지역사회에 제공한 감리회 측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비과세 규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라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Iisten@kmib.co.kr
법원, 교회 내 탁구장·방과후 교실 등 복지시설도 “종교활동 목적이라면 비과세”
입력 2015-12-10 19:00 수정 2015-12-10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