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화재 1∼2분 사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입력 2015-12-10 19:08
서울 중구 신세계 메사빌딩에서 9일 열린 ‘신세계백화점과 함께하는 시민안전 아카데미’에 참석한 백화점 안전팀 임직원 30여명이 재난상황 대응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백화점에서 불이 나거나 각종 사고가 일어난다면 1∼2분 사이에 무엇을 하겠습니까?”

강사의 질문에 아무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신세계 메사빌딩 15층에서 서울시와 국민일보가 공동 기획한 ‘신세계백화점과 함께하는 시민안전 아카데미’가 열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손병두 현장대응단 재난분석팀장이 ‘기업의 안전문화와 관리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신세계백화점 안전을 담당하는 임직원 30여명을 대상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손 팀장은 “상명하달식인 우리나라 기업문화상 오너의 안전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사고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제도·행정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의 안전의식”이라며 “골든타임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시민들의 대처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안전 아카데미는 기업이나 사업장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변화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올해 4회를 맞아 ‘찾아가는 교육’으로 진행되면서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나른한 오후에도 강의는 활기차게 진행됐다. 손 팀장은 강의 중간중간에 질문을 던지고, 임직원들은 답을 했다. 원탁테이블 1개에 4∼5명씩 둘러앉은 직원들은 질문이 많아질수록 강사를 보기 위해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손 팀장은 “한 번의 생각이 안전사고의 결과를 바꾼다”며 “평소에 사고가 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해본 것과 아닌 것은 막상 행동으로 나타날 때 몇 십배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층수가 많은 백화점일수록 화재 붕괴 등 사고 발생 시 중요한 곳은 비상구 계단이다. 손 팀장은 “비상구를 잠그거나 계단에 물건을 쌓아두지 마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구는 우리 사회의 약속인데 비상구를 이용할 수 없다면 사회와의 질서, 약속을 깨는 것”이라며 “신뢰가 무너지면 재난현장에서 사람들을 인솔해 대피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에서 의사결정권을 대표이사가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일반 기업의 매뉴얼대로면 현장 직원에게 결정권이 없다. 임원들에게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현장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다. 테러, 화재, 풍수해(붕괴)를 대비해 신세계백화점은 모든 사건사고를 통제하는 컨트롤타워인 보안상황실을 마련해두고 있다. 비상 상황에서 1112번으로 전화하면 보안상황실에서 방송을 하고 곧바로 직원들이 출동한다. 119에 신고했을 때보다 현장에 더 빨리 출동할 수 있다.

아카데미 교육에 참여한 신세계 안전팀 직원들은 100% 정규직이다. 김백섭 안전팀장은 “신세계는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화재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영업이익 손실이 있더라도 고객을 먼저 대피시킨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외에도 연간 200여회 안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전 점포를 대상으로 소방캠페인, 화재대처훈련, 안전정기교육 등 6가지 훈련·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직영사원과 협력사원 등 5600여명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내년에 신규 개점·증축하는 강남점, 센텀 B관, 김해점, 대구점, 하남 복합쇼핑몰에서도 안전훈련은 계속될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