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버나디노 부부 테러범은 결혼 전인 2013년 온라인 데이트를 할 때부터 ‘지하드(성전)와 순교’를 놓고 토론할 만큼 오래전부터 극단주의에 빠져있었다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남편 사이드 파룩(28)은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수에 그친 테러에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내 타시핀 말리크(29)는 지난해 약혼비자로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 이미 극단주의에 빠진 사실이 드러나 미국의 테러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일부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을 해외 테러조직이 주선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날 미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샌버나디노 총격범 2명은 오래전부터 극단주의에 물들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미 국장은 14명의 사망자와 21명의 부상자를 낸 샌버나디노의 테러범 부부에 대해 “해외 테러조직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어떤 조직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 또 다른 동조자가 있는지 등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테러조직이 총격범들의 결혼을 사주했느냐”고 묻자 “매우 중요한 질문인데 아직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FBI는 부부 테러범의 이웃에 살던 엔리크 마르케스가 총기 4정 중 2정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내고 그의 범행가담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월마트 종업원인 마르케스는 파룩의 사돈 친척과 결혼한 뒤 수년째 파룩의 옆집에서 살고 있다.
특히 그는 파룩과 함께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한 테러 음모를 꾸민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당시 음모는 용의자 4명이 체포되면서 불발됐으나 FBI는 마르케스와 파룩도 가담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FBI는 마르케스가 이번 테러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범행에 가담했는지와 총기를 건넨 동기 등을 추궁하고 있다.
FBI 수사결과 테러범 부부는 마르케스로부터 넘겨받은 반자동소총을 자동소총으로 개량하는 시도를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FBI는 이들 부부가 범행 직전인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인근 사격연습장을 찾아 총을 쏘는 장면이 찍힌 CCTV를 확보했다. FBI는 또 범행 보름 전 이들 부부의 계좌에 2만8500달러(약 3360만원)가 입금된 사실을 포착하고 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잠재적 테러범의 결혼, 조직이 주선했나
입력 2015-12-10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