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견은 군사상 목적을 위해 특별한 사육과 훈련을 받는 개다. 집중훈련을 받아 후각은 사람보다 1만 배 정도 뛰어나고 청각과 야간 시각도 각각 40배, 10배에 달한다. 실전에서 군견 1마리가 적을 수색하고 추적·제압하는 능력은 1개 중대 전투력과 맞먹는다는 평가도 있다.
군견, 어떤 임무 수행하나
군에서 운용하는 군견들은 정찰견과 추적견, 폭발물탐지견으로 나뉜다. 군견훈련소에서 태어났지만 체력, 능력이 떨어지거나 군견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경우에는 정찰보견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찰견은 일정한 지역에서 적이나 낯선 인물들을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인내심과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추적견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적이 남기고 간 냄새를 맡고 이를 추적하는 일을 한다. 냄새에 대한 집중도와 신속성이 요구되고 험한 지형이나 산길을 빠르게 달릴 수 있을 만큼 강한 체력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폭발물탐지견은 작전지역에 설치된 폭약이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폭탄 등 위험물질을 탐지한다. 탐지견은 공항이나 세관, 도심지역 등 같은 번잡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가장 뛰어나야 한다. 또 사람에 대한 친화력도 있어야 한다. 때문에 라디오와 TV 등이 켜져 있는 곳에서 훈련받는 등 다른 군견들보다 사회화 훈련을 더 많이 받는다.
군견은 군사작전이 있는 모든 곳에 배치된다. 육군에선 예비사단을 제외한 모든 사단·여단에 1마리씩 배치돼 있다. 해군은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양성된 정찰견 10여 마리를 대여받아 각 함대 탄약고나 도서 격오지 부대 경계임무를 수행토록 한다. 해병대 역시 육군에서 양성된 정찰견 10여 마리를 분양받아 정찰견, 추적견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군은 진주 교육사령부에 자체 군견훈육대를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전에 훈육대가 있는 제10전투비행단에는 군견묘지까지 있었다. 비행단 외곽경비는 물론 레이더 기지와 유도탄 기지에도 정찰견과 폭발물탐지견이 배치돼 있다. 공군이 운용하는 군견들은 500마리가 넘는다. 군견은 8년 정도 임무를 수행한다. 1년에 8주 정도 군견훈련소에 와 ‘보수’ 교육도 받는다. 군견으로서의 예민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군견병이 전역하면 새 군견병에게 적응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어떤 종이 군견으로 활용되나
우리나라에서 군견은 6·25전쟁에 참가한 미군들이 주요 시설물 경계와 정찰을 위해 활용한 게 처음이었다. 미군 철수 당시 군은 12마리를 인수받아 1966년 1월 109군견대를 창설, 본격적으로 군견을 훈련시켜 왔다.
우리 군이 활용하고 있는 군견은 70%가 독일산 셰퍼드다. 셰퍼드는 총명하고 예민해 주로 정찰견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관절이 약한 단점이 있다. 벨기에산 말리노이즈는 충성심과 공격성이 강하고 셰퍼드보다 빨리 달려 추적견으로 주로 쓰인다. 영국산 리트리버는 사람에 대한 친화력이 뛰어나고 감각도 예민해 폭발물 탐지 임무를 주로 맡는다.
최근에는 진돗개도 추가됐다. 진돗개는 충성심이 강해 첫 주인만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군견을 훈련시키는 훈련병이 바뀌거나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작전병이 전역하는 등 주인이 바뀔 경우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져 그동안은 군견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진돗개 ‘파도’와 ‘용필’이가 제1야전군사령부 소속 군견으로 발탁됐다. 육군군견훈련소는 지난 2월부터 35마리의 진돗개 가운데 군견 적합성 검토와 훈련을 통해 3마리를 후보로 선발했고 주특기 훈련을 통과한 2마리가 합격점을 받았다. 19개월 된 파도는 폭발물탐지견으로, 23개월 된 용필은 추적견으로 투입됐다.
군견의 계급은
군견은 ‘살아 있는 전투장비’로 구분돼 계급은 없다. 예외적으로 계급이 추서되고 훈장을 받은 경우도 있다. 지난 1990년 3월 4일 동부전선에서 제4땅굴 수색작전 시 지뢰를 밟아 산화한 독일산 군견 셰퍼드 ‘헌트’는 1개 분대원의 생명을 구한 공로로 군견으로는 처음 소위 계급이 추서됐고 인헌무공훈장이 수여됐다. 당시 헌트는 4살이었다. 1968년 북한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인근까지 내려왔던 1·21사태 때 투입됐던 군견 ‘린틴’도 인헌무공훈장을 받았다.
군견 1마리당 연간 운영비는 사료비 약 52만원과 진료비 20만원 등 80만∼9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퇴역 군견들은 2015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안락사시키거나 실험용으로 분양됐다. 법 개정 이후에는 민간에 무상 분양되고 있다. 올해 78마리가 분양됐다.
춘천=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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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