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투장비’ 군견의 모든 것] 1개 중대 전투력 지닌 ‘네발의 전우’

입력 2015-12-12 04:03
육군 군견훈련대 소속 독일산 셰퍼드종 추적견이 11일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적 추적 훈련에 나섰다가 잠시 멈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추적견은 군견 가운데서도 특히 후각이 뛰어나고 빠르게 장거리를 주파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지녀야 한다. 육군 제공

11일 아침 강원도 춘천 육군 ‘군견훈련대’. 다섯살인 추적견 ‘미래’는 오전 6시30분 기상나팔이 울리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오전 7시쯤 아침밥을 들고 ‘작전견사’를 찾는 군견병 이영주 상병에게 꼬리를 흔들며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오전 8시30분 이 상병과 함께 훈련장에 나온 미래는 강원도의 차갑고 맑은 공기에 후루루 몸을 한번 털어본다. 추적견은 냄새를 알아채 적의 침투로 또는 도주로, 은신처를 찾아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오늘도 종일 숲을 샅샅이 뒤지는 훈련을 했다. 미래는 벌써 300차례나 추적 작전에 투입됐던 베테랑이다. 그래도 훈련은 늘 고되다. 오전 내내 훈련을 받으니 어느새 헉헉 숨이 차온다. 길게 혀를 내밀고 숨을 골라본다. 이 상병이 다정하게 쓰다듬어준다. 고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그의 손길은 매번 따뜻하고 힘을 내게 한다. ‘우리는 전우니까.’

군견훈련소에서 태어난 미래는 다른 강아지들과 마찬가지로 생후 3개월에 ‘자견등록심사’를 받았다. 자견 심사는 군견으로 기초 자격을 갖췄는지를 알아보는 단계다. 꽤 엄격한 신체검사를 거쳐야 한다. 군견훈련대 수의사들이 체력이 튼튼한지, 활동성이 강한지, 질병에 감염이 됐는지 등을 꼼꼼히 검사한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만 군번과 이름이 부여된다. 그 전까지는 태어난 순서에 따라 M7 등의 기호로 분류된다.

미래는 군견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이때부터 사회화 훈련과 물품소유욕 훈련을 받는다. 4개월 뒤 또 한 차례 시험을 본다. ‘자견’에서 ‘양성견’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심사다. 무려 20개나 되는 항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동물로서의 본성을 죽이고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치밀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군견은 병사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대인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개에 대한 공격성이 있어서도 안 된다. 단독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5∼10마리, 때로는 40마리가 한꺼번에 투입되기도 한다. 다른 개에 대해 공격성이 있어 ‘개싸움’이 벌어지면 작전 수행이 어렵다. 대담성도 시험된다. 거대한 차량 밑에 들어가 있는 공을 신속하게 가져와야 한다. 차량을 보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군견훈련대 행정담당 지광근 소령은 “이 관문을 통과해 양성견 자격을 부여받고 본격적인 특기교육을 받게 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마리가 시험을 치면 1마리만 합격하는 셈이다. 또 다시 4개월간 훈련받은 뒤 비로소 군견 역할을 할 수 있는 ‘작전견’으로 인정받는다.

힘든 시험을 통과한 작전견은 교관 5명의 꼼꼼한 분석을 거쳐 특기를 부여받는다. 군견의 특기는 ‘정찰견’ ‘추적견’ ‘폭발물탐지견’으로 나뉜다. 특기 교육은 20주간 집중적으로 실시된다. 추적견은 임무 지역에서 적을 추적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해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을 빠르게 달려야 한다. 지형이 험한 최전방 부대 소초들을 누비고 다녀야 해 장애물 훈련도 받는다. 특기 교육의 목표 수준 70%에 미달하면 재교육을 받거나 재분류 심사를 받게 된다. 이런 훈련을 거친 뒤 추적견은 작전요구가 있을 때 현지 부대로 파견돼 임무를 수행한 뒤 군견훈련대로 돌아온다. 정찰견은 전방부대에 배치돼 일정한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다. 지 소령은 “이런 혹독한 훈련을 거쳐 국토방위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군견은 육군에만 현재 300마리가 넘는다”고 전했다.

춘천=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