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발의 전우’ 군견의 세계] 김택균 일병… 눈빛만 봐도 통해… 휴가 가도 ‘노모’ 걱정

입력 2015-12-12 04:03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견소대 김택균(22) 일병은 군생활의 전부를 셰퍼드 ‘노모’와 함께해 왔다(사진). 낮에는 노모를 훈련시키고 밤엔 함께 기지 순찰을 하는 게 일과인 ‘군견 핸들러’다.

일곱 살 성견 노모는 지난달 9∼12일 실시된 공군 군견대회에서 순찰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애교가 많은 다른 군견들과 달리 노모는 과묵하고 무뚝뚝한 성격이다. 주인에게 먼저 다가와 꼬리를 흔들기보다 제자리를 지키며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타입이라고 할까.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천생 군견인 셈이다.

김 일병과 노모가 한몸처럼 움직이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지난 5월 이 소대에 몸담게 된 그는 전 주인이 전역해 ‘혼자가 된’ 노모를 처음 만났다. 노모는 쉽게 김 일병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오랜 기간 함께했던 군견 핸들러를 잃자 노모는 축 처져 우울해하고 있었다.

김 일병은 먼저 다가갔다. 사람이 개에게 애교를 부리고 맛있는 간식거리가 생기면 재빨리 달려가 내밀었다. 우울증에 빠진 듯했던 노모는 김 일병의 노력을 알아차렸는지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상태를 이해하게 됐다.

김 일병은 휴가를 가도 노모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만 해도 빨리 귀대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한다. 귀대하면 짐도 안 풀고 먼저 노모 ‘막사’로 달려간다.

노모와 김 일병의 임무는 야간 기지 순찰이다. 적막한 밤이면 노모의 후각과 청각은 더 예민해진다. 사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낮에는 장애물 넘기, 장거리 구보 등 다양한 훈련을 한다.

“노모는 공군의 최대 전략자산을 철통같이 지키는 최고의 전우입니다.”

김 일병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쉽지 않은 일과를 빈틈없이 해내는 노모가 정말 대견하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김 일병은 어려서부터 개를 키워왔고 좋아했다. 부대 배치 후 군견소대에 대한 얘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자원했다. 군견병의 특별한 자격은 없다. 수의학을 전공했거나 애견관리를 해본 사람이 유리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개에 대한 애정이다. 김 일병은 “군견은 자신의 분신과 같다”며 “군견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끝까지 돌보겠다는 사랑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