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잔류 위해… 태권도, 이번엔 경기복 개발

입력 2015-12-10 21:25
태권도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또 다시 변신한다. 가라데 등의 도전을 물리치고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10일(한국시간) 내년 올림픽에 새로운 경기복을 개발해 사용하기로 했다. 현행 경기복은 훈련복인 도복과 같아 땀이 잘 차고 그 위에 호구까지 착용하면 제대로 실력 발휘가 안돼 선수들이 불편을 호소해왔다. 새 도복은 첨단 소재로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WTF는 선수들의 보호대도 경기복에 아예 부착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와 함께 WTF는 강력한 타격을 해야 득점이 되는 새로운 전자호구시스템을 내년 올림픽에 채택키로 했다. 이 전자호구는 지난 6, 7일 열린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에 적용했다. 그동안 가벼운 터치만으로 득점이 되면서 마치 게임을 하듯 경기를 펼쳤던 선수들은 이번에 선보인 전자호구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무득점 경기가 속출했다. 새 전자호구로 그동안 잔기술이 판쳤던 태권도 경기가 훨씬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WTF는 공격할 의사 없이 수비를 위해 앞발을 드는 일명 ‘커트발’에 대해서도 앞으로 경고를 주기로 했다. 그간 ‘커트발’ 때문에 경기가 지연되고 태권도 본연의 발차기가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강력한 몸통 가격을 위해 훈련방법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다. 기술적으로 전자호구시스템 도입 이전의 태권도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한국팀은 환영 분위기다. 한국대표팀 박종만 감독은 “최근 태권도 경기는 창피할 정도로 정통 태권도와 거리가 멀었다”며 “이제는 강력한 몸통 공격을 위한 훈련법을 다시 개발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각국 선수들이 새 호구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의 선수상 2연패에 빛나는 이대훈(23·한국가스공사)은 “기존 전자호구가 장신 선수에게 절대 유리했었지만 리우올림픽 때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티켓 4장을 따낸 멕시코의 방영인 감독도 “몸쪽 강한 타격이 많아질 것이므로 새로운 수비전략도 필요하고, 특히 3회전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체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정통 태권도 본래의 타격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전자호구가 변신한 데는 지난해 WTF 전자호구특별위원장을 맡은 최창신 고문의 공이 컸다. 선수 출신으로 언론계와 관계를 거친 그는 태권도계 안팎의 다양한 견해를 수렴해 전자호구 개선작업을 벌였다. 오직 정통 태권도 발기술만을 전자호구시스템에 적용시키겠다는 노력은 최근 결실을 봤고, 한 달 전 모로코오픈에서 첫 시험을 거쳐 이번 대회에 전격적으로 내놓았다.

한편 이날 멕시코시티의 살라 데 아라마스 경기장에서 개최된 월드컵 태권도 단체전에서 한국남녀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과 멕시코에 졌다.

멕시코시티=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