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 제1야당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다. 집 안에서 싸우다가 집 밖의 진짜 적(敵) 앞에 서면 유약하기 그지없다. 정교하게 정책을 준비한 집권여당 앞에서 이 정당은 “이것도 반대” “저것도 반대”만 외칠 뿐이다. “요건 이렇게 해야 진짜 아니냐”고 제대로 따지질 못한다. 마치 밤새 부부싸움 하느라 잠도 못 자고 아침도 못 먹고 출근한 불량 샐러리맨 같다.
마음이 안 맞으면 싸움이야 당연히 할 수 있다. 이해가 가는 싸움을 이웃이 무조건 비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집안싸움은 이런 수준을 넘어섰다는 느낌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편으로 갈라져 벌이는 싸움을 보통사람의 눈으로 보면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는 서로 “이래선 내년 총선에 이길 수가 없다”고 한다. 비노(비노무현) 중심의 비주류는 친노(친노무현) 주류를 향해 “자기네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배제하는 패거리”라고 비난한다. 주류는 “총선 공천을 못 받을 것 같으니 지도부를 깨려는 것”이라고 한다. 당내에서 벌어진 그간의 일들을 곰곰 생각해보면 양쪽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게 그들의 싸움에 빠져 있다. 바로 정강정책에 관한 논쟁이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그리고 집권하려는 정당은 정책을 가져야 한다. 정책이 좋아야 선거도 이기고, 선거에 이겨야 마음껏 정책을 실천할 수 있다.
보수여당이야 경제활성화, 대기업 친화적, 성장 위주의 정책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정책은 40년 넘게 대한민국을 지탱해 왔다. 이에 반대하는 진보야당의 정책은 이보다 훨씬 정교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중소기업 친화적, 분배라는 이상(理想)만으론 ‘현실 작동 논리’를 이길 수가 없다.
새정치연합이 이 이상을 현실로 만들려는 노력을 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는 30년 넘게 이론가들을 영입해 보수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당내 계파가, 그 계파의 태두들이 정책을 놓고 생산적 논쟁을 한 적도 별로 없다.
새정치연합 의원 중 누구도 자신 있게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정책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두 사람 본인들조차 서로의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통합’이니 ‘혁신’이니 ‘새정치’니 제목만 다르게 붙일 뿐이다.
1994년 영국의 진보야당이던 노동당은 런던에서 전당대회를 열었다. 1주일간 강·온파가 논쟁했고, 결론은 백년 넘은 진홍빛 당기 색깔을 분홍장미색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복지와 분배, 국영화’ 정책은 ‘복지가 있는 성장, 공공서비스 부문 민영화’로 변했다. 강경한 좌파의 시대를 접고 ‘제3의 길’을 선언한 뒤 노동당은 1997∼2010년 집권했다. 그때 겨우 40대 초반이던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은 강경좌파 거물들을 모조리 은퇴시켰다.
우리 국민만큼 정치적으로 균형감각을 지닌 사람들은 잘 없다. 아무리 잘나가는 다수당이라 해도 독주하거나 독단하면 심판할 줄을 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국민이 유독 현재의 제1야당엔 마음을 주지 않는다. 이유는 그들이 제대로 논쟁하지 못하는 데 있다. 서로 물고 뜯고 싸우지만 생산적 결과가, 바라던 정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도 야당이 지면 2008년 총선부터 내리 6연패다.
신창호 정치부 차장 procol@kmib.co.kr
[세상만사-신창호] 제1야당 분란 유감
입력 2015-12-10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