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비판과 정명] 시류에 영합 안했던 리영희 선생의 삶

입력 2015-12-10 17:51

세상의 허울을 거두고 만연하는 거짓말을 폭로하는 ‘비판(批判)’. 세상의 정체를 밝혀 질서를 바로잡는 ‘정명(正名)’. 우리 시대의 지식인이었던 리영희 선생이 남긴 메시지다. 일신을 보전하기 위해 침묵하거나 시류에 영합한 지식인들이 넘쳐나던 시대에도 강직한 비판을 쏟아냈던 리영희의 삶은 ‘비판과 정명’이라는 메시지를 곱씹게 한다. 1929년 태어나 2010년 세상을 떠난 그는 광복부터 민주화 이후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언론인이자 교수이자 작가였던 그는 감옥을 숱하게 드나들던 시절에도, 병으로 몸을 가누기 어려울 때조차도 날 선 비판을 꺾지 않았다.

“어떤 권위나 권력, 지배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고 억압하는 모든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 항거해야 한다.” “사고하는 괴로움을 가질 때 비로소 성숙하게 된다.” 이렇게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건 실천을 해왔다.

저자인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리영희 선생의 제자로 스승의 책을 탐독하고 꼼꼼한 취재를 거쳐 477페이지 묵직한 책에 스승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현실 권력에 대한 도전이었다. 리 선생은 글쓰기가 가져올 위험을 예견하면서도 글을 썼다. 기자, 지식인의 본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적었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