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이모부 이강(60)씨가 1998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뒤 국내 언론에 처음 입을 열었다. 아내 고영숙씨를 ‘와이프’로 불러가며 자신의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김 제1비서에 대한 평가도 거침없었다.
이씨는 8일 국내 언론과의 국제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 옆에서 20여년을 보내며 권력의 비정함과 무서움을 느꼈다”면서 “권력의 무서움 때문에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이명박이나 로(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등을 보면 끝에 처지가 비루하다. 김정일 옆에 있으면서 ‘나중에 잘못되면 이런 현상이 쉽게 일어나겠다’ 싶어 미리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김 제1비서의 생모(生母)인 고영희의 치료도 미국 망명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는 “와이프(고영숙·고영희의 동생)가 미국 의학 수준이 높다”며 고영희 치료에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1998년 유선암 진단을 받은 고영희는 2004년 6월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씨 부부는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유년기 김정은과 김여정의 숙식을 돌봐줬다. 이씨는 “(김정은은) 운동을 좋아하고 사람 관계, 리더십 등 성격이 좋았다”며 “화끈할 땐 화끈했다”고 기억했다. 또 자신이 미국으로 망명할 때 ‘정은아, 우리는 나가서 열심히 살겠다’는 편지도 남겼다고 회상했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데 대해 이씨는 “사실 상상이 안 간다”고 했다. 김정은의 배다른 형 김정남과 그의 아들 김한솔의 해외 체류 이유에 대해서도 “장성택 부장이 책임져서 우리는 간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내(남한)로 들어올 계획에 대해선 “남북관계에 도움을 줄 아이템이 생기면…”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씨 부부는 현재 강용석 변호사를 선임해 국내 방송에 출연하는 탈북자 3명을 상대로 총 6000만원을 청구하는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이씨 부부가) 김정일의 비자금 30만 달러를 훔쳐 망명했고, 고영숙의 아버지(김정은의 외할아버지)가 친일파’라는 탈북자들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한국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아무 근거 없이 우리 가족에 대해 낯 뜨거운 말을 해 더는 볼 수 없었다”며 “심장이 아픈 와이프는 억울해 가슴을 탕탕 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현재 미국에서 신분을 감추고 세탁소를 하고 있다. 두 아들과 딸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소송이 끝나면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며 “국가정보원까지 나서서 우리를 종북으로 모는데, 가족에 관한 문제로 소송하는 것이지 저쪽(북한)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김정은 이모부 “권력 비정함·무서움 느껴 美 망명”
입력 2015-12-10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