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밤의 격노 전화

입력 2015-12-10 00:3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왜 원내대표가 지도부를 흔드느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 톱’인 이 원내대표가 지난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한 것을 강력 성토한 것이다.

문 대표는 8일 밤 이 원내대표와의 장시간 통화에서 “최고위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당무 거부”라며 “왜 원내대표로서 당무를 거부하고 한쪽(비주류)에 편중되는 행동을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무를 계속 거부하게 되면 원내대표로서 위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저는 최고위에 불참하더라도 이것은 결코 당무 거부가 아니기 때문에 당무와 관련해 수시로 의논하고 연락드리겠다고 (문 대표에게) 답변을 드렸다”며 “문 대표는 그런 건 좋은데 최고위에는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만류했다”고 했다. 통화에서 이 원내대표는 중재안으로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문 대표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격한 어조로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 원내대표 등 당무 거부를 시사한 비주류 의원들에게 강한 유감을 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문 대표가 당직을 거부하는 의원들은 당직을 사퇴하는 게 도리이고,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교체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고 전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당무위원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한 ‘안철수 10대 혁신안’을 진통 끝에 결국 의결하지 못했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 대한 당원권 정지 조항 등에 대해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 조항이 당헌·당규에 명시될 경우 박지원 신학용 신계륜 의원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 새정치연합에서 내년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다. 그만큼 민감한 조항이라 당초 많은 반발이 예상됐었다. 새정치연합은 이 조항들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를 최고위에서 이어간 뒤 오는 14일 중앙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당무위는 또 최근 오영식·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로 최고위원직에 결원이 생긴 데 대한 보궐선거를 중앙위에서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주류의 반발만 고조시킬 뿐 지도부의 권위를 담보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대신 정족수를 현행 9명에서 7명으로 줄여 최고위원 체제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