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화장실 폭발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한국인 남성 전모(27)씨가 9일 오전 스스로 일본에 다시 건너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사실상 자진출두함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일본 경시청은 야스쿠니신사 폭발 사건 전후 인근 CCTV에 찍힌 전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9일 체포했다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전씨는 항공편으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일본 경찰은 전씨가 일본에 도착하기 전 탑승 사실을 포착하고 그가 내린 뒤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려갔다. 전씨는 ‘왜 다시 왔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야스쿠니신사의 화장실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9일 당일치기 왕복 항공권을 예약해 일본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야스쿠니신사 부지 내에 무단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가 다녀간 뒤 신사의 남문 인근 화장실에서 폭발음이 한 차례 들렸으며, 디지털 타이머와 화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든 파이프 묶음, 건전지 등이 발견됐다. 전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 일본에 도착했고 사건 당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시청은 화장실에 있던 담배꽁초와 전씨가 머물던 호텔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 남은 DNA가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고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전했다.
그러나 전씨는 이날 일본 경찰에 “폭발음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전씨는 8일 보도된 일본 방송사와의 통화에서도 신사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폭발음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했었다. 때문에 전씨가 자신의 혐의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일본에 다시 갔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씨가 스스로 일본에 가면서 신병 인도를 둘러싼 한·일 간 외교 갈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앞서 2011년 12월 야스쿠니신사 문에 화염병을 던진 뒤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류창씨 사건 때는 일본의 신병인도 요구에 대해 한국 법원이 인도 거부를 결정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전씨가 자진해 일본에 입국했는지, 외교 마찰을 우려한 우리 정부나 경찰의 입국 권유를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본 경찰도 “설마 전씨가 스스로 다시 올 줄은 몰랐다”면서 그의 입국에 깜짝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경찰청과 외교부도 “전씨의 재입국 과정에서 일본 측의 수사협조 요청이나 외교당국 간 사전 협의는 없었다”면서 “오늘 일본 경찰로부터 전씨 체포 사실을 통보받고 담당 영사를 경찰서에 파견해 영사면담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경찰이 전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계속 감시해 왔을 가능성이 높아 스스로 일본에 건너갔을 수도 있다.
전씨는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군산에서 생활해 왔다. 중학교 졸업 뒤 검정고시로 고교 학력을 인정받았으며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군에 입대했다. 공군 하사로 제대한 그는 군산의 한 원룸에서 혼자 생활해 오다 두 달 전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어머니 이모(55)씨는 “아침에 기자의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알았다”며 “착하고 소심한 아이라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야스쿠니 사건’ 용의자 자진 일본행, 왜
입력 2015-12-09 21:10 수정 2015-12-10 00:57